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회사들이 최근 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와 인재 채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이 온투업에 대한 기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장에 들어올 기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13일 온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업계 1위 업체인 피플펀드는 한 긱 워커(gig worker·단기적이거나 일시적인 업무를 맡는 근로자) 플랫폼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 업체 역시 온투업체와 마찬가지로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소외계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긱 워커 플랫폼은 프리랜서, 단기 계약직 근로자 등 긱 워커들의 취업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업체는 긱 워커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워커' 등이 있다.

협업이 확정되면 피플펀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모바일 플랫폼 인프라를 제공한다. 긱 워커 플랫폼은 고객층에 대한 대안데이터를 제공하고 특정 고객군을 위한 대출 상품에 투자사로도 참여하게 된다.

피플펀드는 이 밖에도 지자체 등과 금융소외계층 대출 서비스 등 지원 사업 등도 논의하고 있다. 피플펀드는 지난 2020년 서울시와 손잡고 청년 대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다른 기업들과도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AI 기반의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모바일 플랫폼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8퍼센트 제공

다른 온투업체인 8퍼센트는 금융(여신·자본시장), 기술, 신용평가모형, 보안, 전략, 기업합병(M&A), 인사 등 각 분야에서의 인재 영입에 나섰다. 기관 투자가 허용될 경우 해당 분야에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퍼센트는 올해 김혜수 최고운영책임자(COO), 고대성 최고인사책임자(CHRO), 신동혁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선임했다. 또 진율 자본시장본부장을 금융기관·법인 대상 투자 상품 영업, 자산유동화 운영·구조화 총괄 책임자로 영입했다.

8퍼센트 역시 다른 업종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홈클리닝 플랫폼 '청소연구소'에 이어 하반기에는 긱 워커 플랫폼과의 제휴를 시작했다. 8퍼센트 관계자는 "각 분야 플랫폼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금융 상품을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온투업체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타 업종 기업들과의 업무 제휴와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던 기관 투자가 곧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오는 20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온투업체 등을 위한 기관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행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은 기관 투자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법 등 각 업권법과 온투법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대출을 실행시키는 방법이 불명확해 실제 기관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일부 온투업체들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기관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다. 대출잔액 기준 업계 7위 업체였던 그래프펀딩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 8일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온투업계 대출잔액도 최근 감소세다.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대출잔액은 1조3809억원으로 10월 1조3990억원, 9월 1조4050억원에 이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 온투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기관 투자가 점차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수익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할 온투업체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