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금융 시장에서는 새로 선임된 지주 회장들의 뜻에 따라 계열사 사장단 보직 인사에서 새 판이 짜일 가능성이 커 예상보다 많은 수의 CEO들이 교체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확정했다. 당초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용퇴 의사를 밝히고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총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신한지주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들도 진 행장의 의중이 반영돼 새로운 인물들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신한금융은 오는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다. 지난 6년 동안 신한카드를 이끌어 온 임 대표는 이번 회추위에서 조 회장, 진 행장과 함께 차기 그룹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지만, 현재는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실적만 보면 임 대표는 4연임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는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하며 국내 1위 카드사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다. 변수는 차기 그룹 회장에 오를 진 행장의 의사다. 임 대표는 진 행장과 입사 동기에 나이는 더 많다. 그룹 내 일각에서는 임 대표가 새로 신설될 수 있는 그룹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대표가 자리를 떠날 경우 차기 신한카드 대표로는 진 행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 조용병 회장의 측근인 이인균 신한금융 부사장과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를 거쳐 지난 2019년 CEO로 취임한 성 대표는 재임 기간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성 대표가 4년 동안 CEO로 일했고, 진 행장의 회장 취임으로 세대교체 가능성도 커져 그룹 내부에서는 신한라이프의 수장(首長) 역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손병환 현 회장의 무난한 연임이 예상됐지만,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신임 회장으로 낙점했다. 이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인사다.
이에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는 올해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 등 높은 성과를 이뤘지만, 연임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김 대표와 함께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윤상운 NH농협카드 대표도 마찬가지다. 특히 NH농협카드의 경우 독립법인이 아닌 NH농협은행의 사업부문으로 있는 만큼, 권준학 행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윤 대표 역시 교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3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손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 3월이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벌써 차기 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돌고 있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오는 1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손 회장의 거취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14일 첫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승열 현 하나생명 대표는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올랐다. 차기 하나카드 대표로는 이호성 현 하나은행 부행장이 올라 권길주 현 하나카드 대표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미 3연임을 한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월부터 BC카드를 이끌어 온 최원석 대표의 경우 모회사인 KT의 구현모 대표 연임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구 대표가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계열사 실적과 상관없이 외부 인사나 다른 라인의 인물이 회장이 되면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법 큰 폭의 금융사 CEO 교체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