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자산운용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탓에 주력 상품이었던 장기보장성보험 등에서 수익이 줄어들자, 대체투자를 비롯한 자산운용 사업을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적에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최근 사장단 인사와 인수합병(M&A), 해외투자법인 설립 등을 통해 자산운용 사업 강화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지난 8일 정기인사를 통해 '금융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이끌어온 박종문 부사장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전영묵 사장이 유임돼 삼성생명은 2인 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두 명의 사장이 회사를 이끄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삼성생명은 앞서 발표한 '2030 중장기 전략'을 통해 수익 구조를 국내보험 38%, 해외보험 30%, 자산운용 32%로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자산운용 사업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투자의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9월에는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화재와 손잡고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블랙스톤과 6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부동산, 인프라에 특화한 전문 운용사를 추가로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을 보유한 교보생명도 대체투자 운용 부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파일리온자산운용은 국내 회계업계 1세대인 윤영각 회장이 지난 2017년 부동산전문 운용사인 아시아운용을 인수해 경영해 온 회사다. 부동산 NPL(부실채권) 투자에서 특히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7년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으로 이관했던 대체투자 사업 부문을 올해 다시 가져왔다. 지난 8월에는 미국에 부동산 투자 자회사인 'DP 리얼 에스테이트 아메리카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2113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생보사들이 대체투자를 포함한 자산운용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은 주력인 보험 부문에서의 실적 부진을 메우기 위해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모두 올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장기보장성보험에서 가입자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현재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올 상반기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3.3%에 머물렀다. 자산운용수익률은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에 투자해 올린 성과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 성과가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물가가 계속 강세를 보이는 점도 생보사들이 대체투자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는 이유다. 자산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의 경우 금리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커지는 반면,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꼽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여러 연기금의 수장들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시장을 누르는 현 상황이 대체투자를 늘릴 적기"라며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금융 시장에서는 각 업권별로 더 높은 금리를 주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이라며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금리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투자 등에서 고수익 투자 대상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