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과 경찰이 가상화폐 추적기 구매와 교육 등에 투입한 비용이 전 정부 시절인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와 범죄가 급증하면서 이를 수사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뉴스1

30일 조달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검찰과 경찰은 가상화폐 추적기를 구매하고 교육하는데 총 31억1400만원의 비용을 집행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집행한 비용 8억5200만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검찰과 경찰의 가상화폐 추적기 구매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외환송금 등 각종 경제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상화폐 추적기가 있으면 가상화폐를 보관한 전자지갑의 주소를 기반으로 IP 주소를 추출하고 이동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내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거래 간 연관관계 정보 추출, 지갑·거래소 간 거래내역 확보, 송금 전·후 자금 출처 정보 확보 등이 가능하다.

그래픽=이은현

검찰에서는 올해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에서 가상화폐 추적기를 구매했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와 본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 경제범죄수사과 등에서 가상화폐 추적기 구매를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서울세관과 합동팀을 꾸려 신한은행, 우리은행을 통한 불법 외환 송금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불법으로 의심되는 금융권의 외환 해외 송금액만 17조원대에 달한다. 최근 급증한 불법 외환거래 대부분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고, 수익을 다시 국외로 빼돌린 환치기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쌍방울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협력해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 ‘APP427′ 발행을 통해 불법 대북송금에 개입했다는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가상화폐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킨 테라·루나 사태도 수사하고 있다. 루나와 테라를 설계한 테라폼랩스가 시세조종으로 루나 가격을 움직인 것으로 보고 권도형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 거래도 SNS 등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경찰에 검거된 마약 사범 3033명 가운데 SNS와 가상화폐를 활용한 인터넷 마약 거래 사범은 11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892명)보다 31.6%나 증가했다.

지난달에만 가상화폐 등을 이용해 필로폰 등 마약류를 매매하거나 투약한 5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작곡가 겸 가수 돈 스파이크가 비트코인과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온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