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기경 SC제일은행 브랜치·PB세그먼트부문장(전무)은 새로운 사업 부문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89년 입행한 이후 인사, 영업, 경영, 마케팅 등 은행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이 전무에게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직원들에게도 업무를 할 때 항아리 이야기를 기억하라고 항상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잔가지를 쳐내 가야 한다"면서 "지향점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어젠다(agenda)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개인적으론 회의할 때 '마인드맵(mind map)'을 주로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1967년생 이 전무는 충남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왔다. 소매채널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리테일운영지원부장 등을 역임했고, 2020년 브랜치·PB세그먼트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무는 양성평등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기업 여성임원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WIN(Women in INnovation) 회원이자 SC D&I 젠더 위원회 리더 여성 네트워크 의장(SC D&I Gender Council Leader Woman's Network Chair)을 맡고 있다. 2020년엔 야후파이낸스 및 인볼브 공동 주관 HERoes 여성롤모델 선정됐고, 같은 해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이 전무와의 일문일답.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왔다. 노하우가 있나.
"'스위치(Switch)' 전략이다. 일례로 최근에 임직원들 스트레스 정도를 테스트하는 내부 행사가 있었다. 시험 만점이 100점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는 지수는 95점, 푸는 지수는 5점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받는 지수가 10점, 푸는 지수가 90점이 나왔다. 다들 기계가 고장 났다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직원들은 지수를 측정하는 내내 모니터로 경과를 지켜보며 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하는데, 전 그냥 별생각 없이 웃기만 했다. 일단 결정을 내리면 이에 대해 두 번, 세 번 곱씹어 보지 않고 스위치를 전환하는 게 비결이었던 것 같다."
일과 양육·가사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역시 스위치 전략을 추천한다. 회사에서는 육아 및 가사 관련한 스위치는 잠시 꺼두고, 집에서는 일과 관련된 스위치는 꺼 둠으로써 그 시간에 집중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도 맞춰 가자는 취지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제도가 생각보다 많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에 스위치를 켰던 분야는 공부다. 한 사이버대학에서 문예창작을 배우고 있다. 쉰이 넘어가면서 그동안 바빠서 잊고 지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생각해보니, 고등학생 때 문학이 하고 싶었었다는 점이 기억났다. 그래서 책을 써보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정하고 문창과에 진학했다. 공부 스위치를 켜면, 일해야 하는 직장이나 시부모님과 함께 있는 가정과 별개로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 생긴다. 그러면 공부 역시 즐거워진다."
업무상 철칙이 있다면.
"업무를 처리할 때 크고 작은 일에 상관없이 항상 객관적인 시각으로 원칙에 충실해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리더십은 곧 영향력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에게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편파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면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객관화', '원칙'을 업무상 철칙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많은 '잔 다르크 형' 리더처럼 '나를 따르라'하고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MZ세대 직원들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소통하고,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서 스스로 성취할 수 있게끔 하는 리더십이 중요한 것 같다."
평소 은행 내에서 더블케이(KK)로 불린다고 들었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은행이다 보니 국내 은행과 달리 외국인 직원과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외국인 상사와 같이 일할 때 '기경'이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했다. 그때 만들어진 닉네임이 이름 앞 자를 딴 'KK'다. 같은 철자 반복이라 강조도 되고, 무엇보다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운 닉네임이라 종종 사용하고 있다."
은행권서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을 수 있었던 배경은.
"다양한 여성 리더십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이 있는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문화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의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화를 바탕으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9년 6월 '성별균형 포용성장 자율 협약'을 체결해 여성 임원 및 관리자 비율 달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먼저 본인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사회에 참여하여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 등이다. 모두 본인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지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직장 안에서, 직장 밖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서로 연결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합의다. 남성 육아 휴직 제도 확대 등 여성이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각자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나누며 즐겁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요즘 같은 불확실한 경기에 적합한 투자전략이 있다면.
"먼저 전체적인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길 추천한다. 과도하게 위험자산에 쏠림이 없는지, 안정적이지만 수익이 낮은 자산에 방치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산관리 전문가인 PB와 함께 점검해 보고 대안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금융시장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 연착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도 잡고 경기도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는 셈이다. 중요한 건 물가가 확실하게 하락하지 않는 한 극적인 정책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식 및 채권시장 모두 시장 조정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 분도 있다.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마냥 기다리다 보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그래서 손쉬운 투자 방법 중 하나로 추천하는 것이 분할매수다. 적립식 펀드 등을 활용하면 향후 시장이 반등할 시기에 만족할만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네트워킹하면서 배워야 한다. 실제로 외부 기관 간 여성 리더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각 조직의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공유하며 직장 내 성별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이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한 많은 기업에서 여성리더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여성임원 비율 할당제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기업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저 또한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다양한 분들과 네트워킹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사례를 학습하고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역시 추천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직장에서 인정받으려면 매일 매일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브랜드가 입소문이 났다면 상사에게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기회가 왔을 땐 망설이지 말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리더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 차이 없이 모두가 진정한 자기의 모습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역량 있는 리더로 성장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