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거래소 FTX가 부도덕한 운영, 횡령 의혹 등에 휩싸인 후 결국 파산 상태에 이르면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FTX와 유사하게 가상화폐를 자체 발행해 운영하는 해외 거래소인 MEXC가 금융 당국의 적발에도 국내에서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와중에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18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8월 MEXC를 비롯한 여러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불법 영업을 했다고 담당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영업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들은 금융 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공중협박자금조달 등 범죄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당시 FIU가 지목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MEXC ▲쿠코인(KuCoin) ▲페멕스(Phemex) ▲엑스티닷컴(XT.com) ▲비트루(Bitrue) ▲지비닷컴(ZB.com) ▲비트글로벌(Bitglobal) ▲코인더블유(CoinW) ▲코인엑스(CoinEX) 등 총 16곳 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에 적발된 후 2개월여가 지났지만, MEXC와 쿠코인 등은 여전히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국문으로 된 홈페이지에선 신규 가입자를 위한 이벤트 공지를 띄우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세계 3위 규모의 거래소 FTX가 무너지면서 다른 해외 거래소들 역시 비슷한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FTX의 경우 규모가 크고 가장 유명한 거래소 중 한 곳이라 재정 상황이 건실하다고 알려져 왔는데, 드러난 실상은 자체 발행한 코인을 통한 자금 돌려막기와 횡령이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았다. 따라서 FTX보다 규모가 작고 덜 알려진 해외 거래소들은 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의심할 만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해외 거래소 MEXC의 17일 오후 공식 웹사이트의 화면. MEXC는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며 신규 가입자를 유도하는 모습. /MEXC 홈페이지 캡처

특히 MEXC는 FTX와 같이 MX란 가상화폐를 자체 발행하고 있다. FTX 사태가 발생한 주된 원인은 이 거래소가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통해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시 자체 발행 코인으로 활발한 사업을 해 온 MEXC 역시 FTX와 비슷한 투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볼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코인을 직접 발행하는 이유로는 대개 코인을 담보로 맡겨서 사업을 운용하거나 그 판매 대금을 얻기 위해서다"라며 "MEXC 역시 FTX와 비슷한 사업 구조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MEXC가 만약 FTX처럼 경영 위기를 겪을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MEXC는 국내 기업이 발행한 가상화폐, 이른바 '김치 코인'이 많이 상장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즉 이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들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특히 MEXC는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 클레이튼의 클레이(KLAY)와 같은 대형 김치 코인 외에도 중소형 코인도 공격적으로 상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MEXC가 파산 위기 등으로 인해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이 거래소를 이용해 온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MEXC는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제외한 일명 '잡코인'을 많이 상장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 거래소는 선물 거래도 지원해 왔는데, 이번 폭락장으로 청산 처분을 받을 투자자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환 원더플래닛 대표는 "MEXC와 같이 국내 금융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 받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