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내부./금융위원회 제공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회사의 비금융 사업 진출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40년 만에 금산분리 규제의 빗장을 풀기 위해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내년 초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질 시 금융사는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브리핑을 진행하고 일부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제도는 금융과 산업자본 상호 간 소유와 지배를 제한하는 원칙으로, 1982년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금융자본은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제도 중 금융회사의 자회사 출자 제한과 금융회사의 부수업무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네거티브 제도 검토… 금지된 것 빼곤 다 가능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크게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은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이 안은 감독규정 개정 및 유권해석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업종 추가에는 규정 개정, 유권해석 등의 별도조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법령의 위임 범위 내인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신 국장은 "이 경우 현행 체계 유지하는 거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각 과에서 부수업무가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계속 해야 하고 은행 등 금융사는 당국에 계속 질의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비금융 업무에 대한 허용을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전면 허용하되, 자회사 출자한도 등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신 국장은 "구체적인 위험 한도 규제에 대해 확정적으로 정한 바는 없다"면서도 "예를 들어 자기자본의 10%까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하다고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한다고 가정하면, 자기자본 100조원인 은행은 10조원까지 비금융 자회사를 가질 수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은 새로운 업종이 출현하더라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하고 금융회사가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인력·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본업 관련성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관리 부담이 증가하거나 금융부문에 전이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금융위는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 방식을 따르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하는 대신 금융회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경감하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회사 출자 관련 네거티브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여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비금융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 이해관계자간 갈등 소지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 업무위탁 범위 확대하고 규율 체계 일원화 검토

금융위는 업무위탁 제도와 관련해선 금융회사의 위탁이 가능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업무위탁 제도는 금융회사가 인가 등을 받은 금융업무, 겸영업무, 부수업무 등의 영위를 위해 제3자의 용역 또는 시설 등을 계속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금융위는 업권에 따라 업무위탁 근거규정이 상이하고,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 여부도 달리 적용되고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금융투자업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업무위탁을 하고 있지만, 은행 등 다른 업권은 금융위의 규정에 따르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업무위탁 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일원화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신 국장은 "금융회사의 업무위탁 규율체계 개선, 위탁범위 확대 등을 통해 업무위탁을 활성화함으로써 금융회사의 효율적 자원배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는 업무위탁 시 특정 외주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해당 기업 장애 발생 시 다수 금융사 서비스가 차질을 겪거나, 외주기업의 과점적 지위로 다른 기업으로의 전환이 어려워질 우려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한다.

현재 업무위탁규정은 수탁자에 대해 간접적인 통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실상 구속력이 없으므로 실효성 있는 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업무위탁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고 이사회 보고 등 사후 관리하도록 관리책임을 명확화하고 수탁자 선정절차·모니터링 등 제3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신 국장은 "수탁자에 대한 검사권한 신설 여부에 대해 수탁자 직접조사, 계약해지명령 등 수탁자 관리를 강화하자는 의견과 업무위탁의 자율성 제고를 위해 금융회사의 관리책임으로 두자는 의견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 개선과 관련해 금융권과 핀테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