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의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현행 호봉제인 급여 체계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 방식의 현행 호봉제를 개개인의 성과 평가에 따라 급여를 주는 성과급제(연봉제)로 바꾸려는 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봉제 전환의 핵심은 하위 등급을 받은 저(低)성과자의 기본급을 최대 10%까지 줄이고, 삭감 분을 상위 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추가 제공하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 전환에 대한 찬반 기명 투표를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양식에 따라 연봉제 전환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추후 내부 토론과 회의도 충분히 거친 뒤 도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일찍이 연봉제를 실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도입하려는 연봉제는 정규직을 대상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해 D등급(하위 성적)을 받은 직원에 대해 기본급의 10%를 삭감하고, S등급(최상위 성적)을 받은 직원의 급여에 이를 충당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연봉제 도입이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한 직원은 "계속해서 인사 평가에서 최저 등급을 받는 직원들이 오래 근무를 할 수 있겠느냐"며 "회사가 비용 부담 없이 저성과자를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투표 방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기명 투표 방식으로 급여 체계를 바꾸는 것은 불합리하고 고압적이라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이 종이 문서에 본인의 이름과 동의 서명을 적어 내면 '찬성' 표로 반영된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양식에 따라 진행하는 동의 절차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규직 직원들에 양식 서류를 나눠주고 직원이 동의할 경우 이에 서명해 제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아예 제출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투표라기보다 동의 절차에 가깝다"면서 "동의 절차를 거친 뒤 노사 교섭이 이뤄지고, 이 과정을 통과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직원 대상 동의 절차 전 인사부에서 임금 체계 관련 설명회를 열었고, 부서별 토론회도 거쳤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급여 체계 전환 추진을 두고 내부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입장이다. 호봉제의 기존 급여 체계에 대해 불만이 컸던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성과주의 임금 체계 도입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증권업 특성상 성과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도 높은 만큼 호봉제 등 혼재된 급여체계에 따른 유불리 논란도 꾸준히 있었다.
성과 우선주의가 강한 증권업 특성성 현재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은 연봉제를 시행 중이다.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일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호봉제 때문에 제대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줄곧 연봉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임금 체계 전환으로 더 큰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직원들의 요구와 성과 극대화를 통한 성장 목표 달성 등을 위해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