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6조원 규모에 달하는 시중은행 간 서울시 25개 구(區) 금고 쟁탈전이 마무리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년 만에 재개된 시중은행 간 서울시 자치구 금고 유치전은 우리은행 14, 신한은행 6, KB국민은행 5개로 결정됐다.

구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으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각 자치구 유휴 자금 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하나은행은 구 금고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그래픽=이은현

구 금고 유치는 최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이른바 알짜사업으로 꼽힌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상승으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 금고를 유치하면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조달할 수 있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기존 18개 구 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은 은평구·구로구·동작구·도봉구·동대문구 등 5개 자치구 금고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 내주게 됐다. 대신 신한은행으로부터 용산구를 차지하며 14개(종로구, 중구, 용산구, 중랑구, 성북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강서구, 금천구, 영등포구, 관악구, 송파구, 강동구) 자치구 금고를 운영하게 됐다.

우리은행을 밀어내고 서울시 1, 2금고를 연이어 따낸 신한은행은 종전 5개보다 1개 자치구 금고를 더 운영하게 됐다. 용산구는 우리은행에 빼앗겼지만, 대신 은평구와 구로구를 차지하게 되면서다. 당초 신한은행은 2018년과 올 4월 서울시 금고를 빼앗은 기세를 몰아 이번 구 금고 입찰에서 관리 구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었으나, 결국 1개 금고를 늘리는 데 그쳤다.

대신 이번 쟁탈전에선 KB국민은행이 깜짝 성과를 거뒀다. KB국민은행은 4년 전 처음 광진구와 노원구 금고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번 유치 경쟁 막판에 도봉구, 동작구, 동대문구를 연이어 따내며 5개 구 금고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도봉구와 동작구 등에 막대한 규모의 출연금을 제시하며 다른 은행보다 공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정민하 기자

KB국민은행이 자치구 금고 확보에 공을 들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특성상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이 주력 계열사인 KB금융그룹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1조27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해도 2.5% 준 수치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에 1위 금융 자리도 내어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와 25개구의 금고를 모두 독점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다른 은행들도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라며 "신한금융은 48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예치한 데 이어 인천시금고 수성까지 성공하면서 타 은행 대비 조달금리를 절감할 수 있었던 점을 올 3분기 실적 개선의 이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