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NH농협 등 금융그룹 회장들의 임기가 올해 12월부터 무더기로 종료된다. 그동안 금융지주에서는 3연임에 성공한 회장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내부 출신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될지 금융계는 주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나는 사람은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해 올 12월 첫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각각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마친다.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오는 12월 말,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말에 임기가 끝난다.

왼쪽부터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선DB·각 사 제공

금융회사는 통상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회장 후보자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11~12월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회사별로 보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먼저 조 회장이 채용비리 연루 혐의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신한은행장 시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이 지난 6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또 계열사 실적도 좋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익이 KB금융을 앞설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3년 만에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신한EZ손해보험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의 경우 조 회장의 연임보다 이번에 신설되는 부회장직 신설 여부와, 신설시 누가 선임되느냐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한금융은 다른 곳들과 달리 금융지주 부회장이나 사장 등 '2인자' 자리를 두고 있지 않다. 부회장직이 신설되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유력하다.

손태승 우리은행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에 대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이어진 취소소송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했다.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9% 늘었다. 올해 3조원이 넘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1959년생이라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 비해 젊다는 것도 강점이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중 우리금융지주 출범으로 회장을 겸임한 뒤, 이후 2020년 지주 회장으로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장 연임을 둘러싸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병환 NH농협 회장은 실적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그가 연임을 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의중에 달려있다. 2012년 NH농협 출범 후 내부 출신은 신충식 초대 회장과 손 회장 두 사람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초반이기 때문에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 회장은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의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 김 회장은 이번이 두 번째 임기고, BNK금융은 내규상 1회 연임만 가능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BNK금융은 회장 후보군을 사내이사와 자회사 CEO로 제한해 외부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조선DB

은행의 경우 하나은행이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정기 인사이기 때문이다. 함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김정태 전(前) 회장의 마지막 임기가 시작될 때 수장 자리에 올랐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3연임을 할지, 또는 신한금융 부회장으로 이동할 지가 관건이다.

농협은행은 전임 이대훈 행장을 제외하면 연임이 승인된 케이스가 거의 없다. 그동안 농협금융지주가 출신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은행장 인사를 결정해 온 점을 고려하면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선방해왔던 성과를 임기 끝까지 완수할 수 있을지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대규모 금융권 수장 인사인 만큼 변수도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