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준금리 상승으로 급등하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레고랜드 사태'까지 덮치면서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던 신용카드사와 캐피탈사도 비상이 걸렸다.

레고랜드 호텔./레고랜드 코리아 제공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6.082%로 올랐다. 여전채는 신용카드사, 캐피탈 등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여전채 금리가 6%대로 진입한 것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월 금리가 1.238%였던 것을 비교하면 5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올 들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여전채 금리는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올해 4월 8년 만에 3%대, 6월에는 4%대로 진입했다. 이후 9월 말 5%대까지 뛰었고 한 달 만에 6%대까지 상승했다. 최근 들어 오름 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자금 시장에서의 위기감이 확산되자, 21일 기존의 입장을 바꿔 문제가 된 ABCP 2050억원에 대해 내년 1월까지 전액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채권 시장에서 레고랜드발(發) 충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 추세대로라면 여전채 금리가 연내 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 등 영업에 필요한 자금의 60~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다. 캐피탈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인해 대출 상품의 금리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여전채 금리 상승 속도에 맞춰 대출 상품의 금리를 똑같은 수준으로 함께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여신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취약계층의 대출 부실을 막아야 한다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제로 이달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농협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02~14.42%로 전월(12.14~14.70%)대비 0.12~0.26%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여전채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사들의 올해 1~8월 여전채 발행 실적은 14조5482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3600억원) 대비 5.3% 감소했으며, 캐피탈사를 포함한 할부금융사 역시 같은 기간 33조4185억원으로 31조5233억원으로 5.7% 줄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여전채는 기업어음(CP)보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대표적인 방식인데, 금리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 자금 조달 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여전채 조달 감소로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금융 취약 계층의 급전 대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