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대형IT 기업, 이른바 빅테크들의 보험 시장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빅테크의 진출로 위기감을 느끼는 보험 설계사들을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네이버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가 열리고 있다. /김수정 기자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보험판매전문회사(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여러 보험사의 영업지원시스템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는 통합 영업지원 디지털 플랫폼 ‘오렌지트리’를 지난 17일 오픈했다.

그동안 여러 생명·손해보험사의 상품을 다루는 GA 소속 설계사들은 각 보험사의 영업지원시스템을 개별 접속해 왔다. 보험사마다 다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통해 접속해야 했고,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고객정보 입력, 보험상품 설계 등을 처리해야 했기에 불편함이 매우 컸었다.

이 때문에 설계사들은 각 보험사의 매니저에게 메신저, 전화 등의 방법으로 설계를 부탁해야 했고, 번거로운 일처리 방식 때문에 불완전 판매의 위험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오렌지트리는 한 번의 로그인으로 제휴 보험사의 영업지원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 고객정보 입력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제휴사 시스템에 연동해 자동 반영된다.

‘통합 영업지원 디지털 플랫폼’ 오렌지트리

현재까지 오렌지트리와 연계한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다. 제휴 보험사와 구축된 전용선을 기반으로 개인정보보호 되는 것은 물론, 정확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들만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지만 향후 타사 GA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A사인 리치앤코도 자사 설계사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19일 ‘굿리치 보험추천시스템’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보험 설계사들의 경우 고객의 보장분석을 통해 ‘(가)설계 의뢰 →(가)설계 확인 →(진)설계’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하고, 고객 상담에서 계약에 이르기까지 최소 두 차례 이상 고객을 만나야만 했다.

리치앤코에 따르면 굿리치 보험추천시스템은 보험료는 가장 저렴하면서 수령 보험금이 가장 많은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한다. 특히 단 4번의 클릭으로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또 가입자 고지사항 입력을 통해 추후 계약 체결을 위한 원수사 심사 과정에서의 서류 보완, 인수 불가 등의 상황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챗봇 형태의 심사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재 고객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을 실시간으로 추천함으로써 고객들이 계약과 관련된 여러 번거로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해상도 지난 3월부터 토스보험파트너 앱에 GA소속 보험설계사 대상 온라인 설계지원 기능을 신설하고, 가입설계 동의부터 상품설계 지원 요청까지 원스톱으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보험대리점협회 제공

보험업계가 이처럼 디지털 지원에 나서는 것은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보험 설계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GA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은 “일자리를 위협받는다”면서 최근 광화문사거리에서 빅테크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을 포함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이 네이버파이낸셜이 준비 중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여행자보험 상품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5개사 외에 네이버 플랫폼에 참여 보험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보험사는 먼저 네이버 측에 서비스 참여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토스도 조만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조직이 아직 보험사의 주력 판매채널이다 보니 지원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것은 분명하다”며 “디지털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네이버든, 카카오든 누구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