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심 상권인 서면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이 지역 랜드마크인 '쥬디스 태화(옛 태화백화점)'가 보인다. 다소 세월이 느껴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가면, 문이 열리는 순간 통창을 통해 부산 시내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이 부산을 비롯해 수도권이 아닌 지역 스타트업들이 모여 꿈을 키우는 '썸 인큐베이터(SUM Incubator)'가 자리 잡고 있는 공유 공간이다.

2019년 개소한 창업기업 육성 플랫폼 썸 인큐베이터는 지역 내 창업기업의 성공적인 사업모델 구축과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6기까지 총 82개 업체가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142억여원을 BNK금융그룹 계열사 및 외부투자자로부터 투자받았다. 썸 인큐베이터에 선정된 기업은 이 공유 공간을 비롯해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은 물론 시드머니 투자 유치를 지원받는다. 우량한 입주업체의 경우 BNK금융이 보유한 펀드로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기도 한다.

9월 23일 찾은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에 있는 공유오피스 0.9M. 이곳에 BNK부산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썸 인큐베이터' 선정 기업들이 입주해 경영컨설팅, 멘토링 등을 받는다. /정민하 기자

BNK부산은행은 이처럼 썸 인큐베이터를 비롯해 B-스타트업 챌린지, BNK핀테크랩 등 지방에서도 더 많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3000억원 이상)이 나올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구인·구직 모바일 플랫폼 '급구'를 운영하는 니더의 신현식 대표는 썸 인큐베이터에 참여했던 다른 기업 대표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이 프로그램 2기 멤버가 됐다. 2014년 신 대표가 창업한 니더는 현재 매월 30억원 이상의 임금 거래, 3만건의 구인 글이 등록되고 있다. 부산 스타트업으로선 최초로 2018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 '디데이(D.DAY)'에서 우승했고, 현재 시리즈 B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창업 공간 지원 및 금융권과의 협업, 그리고 투자 연계까지 이어지는 좋은 인큐베이터 시스템이 부산에도 만들어져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썸 인큐베이터를 마치고 나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게 됐는데, BNK벤처투자도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호영 부산은행 여신기획부 과장은 "부산의 '정'이 썸 인큐베이터에도 녹아있다. 공유오피스를 같이 쓰면서 각 회사만의 노하우도 공유하고, 사업에 대한 조언도 아낌없이 주고 있다"며 "부산 등 지역에도 좋은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도 투자가 필요한 좋은 스타트업이 발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7월 20일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4회 창업투자경진대회 'B-스타트업 챌린지' 결승전 및 시상식. /BNK부산은행 제공

부산은행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들의 핵심으로 꼽는 건 지속적인 후속 투자 연계와 네트워킹 기회 제공이다. 대표적으로 2019년부터 시작된 'B-스타트업 챌린지'는 우수한 창업 아이템과 사업성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시상금을 지분투자 형태로 진행하는 전국 유일의 금융권 투자유치 대회다.

올해까지 총 4회에 걸쳐 실시된 이 대회엔 총 738개의 스타트업이 신청했으며, 20개의 업체가 수상했다. 올해 대회에 뽑힌 기업 5곳엔 부산은행이 총 3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본선에 참가한 모든 기업에는 썸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참가 우선권, 한국앨셀러레이터협회 주관 기업설명(IR) 라운드 참가 자격 등 후속 지원을 받을 기회가 제공된다.

김승한 부산은행 사회공헌홍보부 차장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행사와 달리 부산은행은 지분투자방식으로 스타트업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 및 협력사업을 통해 동반성장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에 입상한 스타트업들은 부산은행의 투자유치 이후 총 146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 받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동상을 수상한 홈 카페 스타트업 '메디프레소'의 김하섭 대표는 "대회 이후 부족한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쌓고, 부산 롯데백화점 입점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등에 BNK금융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8년 법인 설립한 메디프레소는 누적 5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2021년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되기도 했다.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개최된 'BNK핀테크랩' 4기 출범식 모습. /BNK부산은행 제공

직·간접적인 투자에서 나아가 핀테크 관련 기술을 아예 그룹 내 서비스에 반영하기도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핀테크 스타트업의 부산 유치를 돕고 지역의 핀테크 생태계 정착을 위해 2020년 신설된 핀테크 지원 프로그램 'BNK핀테크랩'을 통해서다. 현재까지 63개 기업을 대상으로 4기를 운영했으며, 총 5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BNK핀테크랩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도 잇달아 나왔다. 일례로 수수료가 없는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블월렛이 1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개 수수료 없이 해외 송금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센트비도 있다.

부산은행은 이들 기업의 기술을 그룹 내 서비스에 반영할 계획이다. 실제로 3D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업체 스튜디오더블유바바와는 B패밀리 캐릭터를 제작했고, 증강현실(AR) 기술 업체 코코아비전과는 12월 출시를 목표로 BNK금융 AR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

BNK핀테크랩 3기 화훼 유통 플랫폼 '꽃팜'의 김성수 대표는 "온라인으론 BNK 앱 내 꽃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오프라인으론 부산은행 본점, 화명동지점, 장전동지점 등 3개 점포 365코너(ATM)에서 '꽃 자판기' 설치 공간을 제공 받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핀테크랩 이후 TIPS에 선정됐고, 지난해 매출 약 19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부산은행은 스타트업과 긴밀한 소통과 교류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