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처음 가입하는 데 괜찮을까요?” 최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업계(2금융권)가 내놓는 고금리 예·적금 및 특판 상품에 목돈을 넣어두려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가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고민이 된다면, 저축은행의 경영 지표를 통해 좀 더 튼튼한 곳과 아닌 곳을 선별해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내로 분산해 예치·불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 이하 예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전액 보호된다.

한 저축은행 창구 전경. /다올금융그룹 제공

20일 은행권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4.95%(DGB함께예금), 저축은행권에서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5.95%(동원제일저축은행 회전정기예금)다. 시중은행에 수신 금리 역전을 당한 2금융권이 최근 다시 금리를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금리 인상기에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받고 싶은 소비자들은 2금융권 고금리 상품들도 선택지에 올려두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내 부동산 시장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큰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경영 건전성과 재무 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진 상황이다.

과거 8%대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저축은행들은 2011~2012년 줄줄이 영업이 정지되면서 1만여명의 투자자가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었다.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때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부실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도 있다.

◇ 불안하다면, 경영 지표 따져보고 5000만원 이내로 분산 투자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에 돈을 맡기려는 소비자들은 저축은행 인터넷 홈페이지나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총자산과 부채, 자기자본, BIS 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BIS 비율은 8%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액이 여신(대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 아래로 낮을수록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그래픽=손민균

총자산 규모 기준 상위 10위권 저축은행을 비교해보면, 3월 말 기준 BIS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애큐온저축은행(10.17%)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SBI저축은행(14.36%)로 나타났다.

10곳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다올저축은행(1.94%)이고, 가장 높은 곳은 ▲OK저축은행(7.57%)이다. 연체율은 1~4%대로,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가장 낮았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경영 정보를 비교해보면, 3월 말 공시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 ‘경고등’이 켜진 곳은 ▲대원(40.23%) ▲대아(28.62%) ▲조흥(18.82%) ▲에스앤티(10.48%) 등 4곳이다.

BIS 비율이 규제비율보다는 높아 안전한 수준이지만 다른 저축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엠에스(9.71%) ▲CK(9.88%) 등이다. BIS 규제비율은 자산 1조원 이상은 8%, 자산 1조원 미만은 7%로 삼는다.

그래픽=손민균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대인 저축은행은 ▲삼정 ▲CK ▲동원제일 ▲유안타 ▲DB 등 5곳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 1%대 저축은행은 ▲오투 ▲KB ▲NH ▲BNK ▲하나 ▲더블 ▲흥국 ▲남양 ▲키움예스 ▲DH ▲다올 ▲신한 등 12곳이다.

BIS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림 ▲스타 ▲에스앤티 등 3곳으로 BIS비율이 30%대다. 그다음 ▲평택 ▲유안타 ▲푸른 ▲한성 ▲오성 ▲삼호 ▲드림 ▲우리금융 저축은행이 BIS비율이 20%대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2.6%로 작년 말(2.5%)보다 0.1%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9곳의 평균 BIS 비율은 12.88%로, 전년말(13.31%)보다 0.43%p 하락했으나, 규제비율(자산 1조원 이상 8%, 자산 1조원 미만 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3%로, 작년 말보다 0.1%p 내렸다. 다만 이 지표는 잠정치로, 향후 저축은행별 결산 과정 등에서 바뀔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 부동산 경기 위축… “PF대출 위기 도화선 될까 우려”

저축은행권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출혈 경쟁을 하는 데다, ‘부동산 PF’ 부실화 위험도 잠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부동산 개발사업 등 사업(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 사업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PF는 만기가 짧고 담보 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높은 만큼 부실화 위험이 큰 특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 등 전체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비(非)은행권의 PF대출 비중이 약 75%(83조9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 PF대출 부실 사태 이후 은행권은 PF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은 반면, 비은행권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PF대출을 확대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 수요 증가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되면서 공급 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새마을금고 부동산 PF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38조4000억원으로 보험사 다음으로 큰 규모다. 신협, 농협 등까지 포함할 경우 부동산 PF 규모는 금융업권 중 가장 많다.

새마을금고는 비주택 부동산 대출 및 PF 부실화 위험이 커지자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부동산PF 연체율 6.3% 수준으로 여타 여신 대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사태 이후 규제가 강화했기 때문에 저축은행보다 캐피털 업권의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진단도 있다.

2012년 5월 금융당국의 영업 정지 조치로 셔터를 내린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서울의 한 저축은행 지점 앞에 예금자들이 모여 있다. /조선일보DB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여전사(여신전문금융사)의 경우 전체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70%를 웃돌고, 작년 말 상호금융, 여전,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50%에 달했다”면서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은행을 제외한 여전, 저축은행, 보험의 PF대출 연체율이 증가했는데, 이런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2023년 이후의 대응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금융 총괄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자체 유동성 위험이 더 큰 A등급 캐피털과 비은행계 캐피털의 PF만기 리스크도 크다”고 지적했다. 만기가 도래하면서 부실 사업장의 위험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서 총괄은 “부동산 시장 거품(버블)이 주택 공급 확대를 초래하고 그만큼 부동산 PF 시장도 급성장해 이번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하는 금융은 부동산 PF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PF대출을 비롯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손실 흡수능력 제고 및 유동성 확보 등 대응 방안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금감원이 발표한 저축은행 PF대출 사업장 1174곳을 점검한 결과에서 실제 공사가 중단된 PF대출 사업장은 24곳이었다. 또 공정률과 분양률 등이 저조한 ‘요주의 사업장’에 대한 대출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분석됐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업계와의 간담회에서 “PF사업장의 공사 중단‧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실사 등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공정률, 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