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격 폭락으로 대규모 투자 피해를 발생시킨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오는 24일 열리는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여러 차례 루나 코인을 옹호하며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김 대표는 관련 의혹을 직접 해명하기 위해 국감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18일 해시드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나가 루나 사태에 관련한 입장과 당시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현재 정치권의 예상 질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여야는 루나 사태와 관련, 김 대표를 비롯해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대주주 등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인사들을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강종현씨 등도 증인에 포함됐다.

가상자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인 해시드를 이끄는 김 대표는 그동안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이 있는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다. 해시드가 루나와 테라가 거래가 시작된 초기부터 투자를 집행해 왔고, 스테이블코인(1코인을 1달러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인 이들 코인이 가진 경쟁력과 안정성에 대해 여러 차례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개인 자산으로 루나 코인을 대규모로 구입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루나와 테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또 루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한 유명 유튜버가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점과 허상을 지적하자,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이번 국감에 출석해 루나 폭락 사태와 해시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명한 투자자로서 루나 코인을 여러 차례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도의적인 사과는 할 수 있지만, 이 코인을 직접 설계하지도 않았고 시세 조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히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루나와 테라를 설계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의 친분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나 사태의 직접적인 주범으로 지목된 권 대표는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자신도 개인 자산을 루나와 테라 등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피해자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때 보유한 루나의 가치가 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가격이 폭락한 이후 현재는 70억원 밑으로 쪼그라든 상태라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호황을 누릴 당시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벌였던 김 대표는 루나 사태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후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수 개월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해 오던 그가 국감에 나오기로 결심한 것은 루나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면서 자신과 해시드에 닥칠 지 모를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루나 사태로 인해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거대 벤처캐피탈인 해시드도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 자칫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직접 의혹을 해명하고, 회사의 위험 요인을 없애기 위해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혹여 정치권으로부터 질타를 받아도 스스로 충분히 대응하고 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국감 출석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와 함께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가상자산 업계의 다른 주요 관계자들은 참석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현성 총괄은 지난 6일 국감에 이어 24일에도 검찰 수사를 이유로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총괄과 함께 지난 국감에 불출석했던 이정훈 빗썸 전 의장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강종현씨 역시 나올 가능성이 작은 상태다.

앞서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도 미국 출장을 이유로 지난 6일 국감을 피한 바 있다. 두나무는 송 의장 대신 이석우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이 대표는 24일 국감에선 카카오톡의 접속 장애 사태와 관련해 업비트의 서비스 장애 문제를 질의하기 위한 증인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