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보험개발원의 새 수장(首長)으로 허창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허창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2017년 10월 26일 금융보안원 원장을 지내던 시절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금융정보 보호 콘퍼런스'에서 개회사 하고 있다./연합뉴스

18일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허창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신임 원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강호 전 원장의 임기는 지난 5월에 종료됐지만, 금융위원장과 다른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보험개발원장도 5개월간 공석(空席)으로 남았었다.

허 전 부원장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지금껏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온 인물이다. 과거 사법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던 윤 대통령은 한때 법조계 진출을 포기하고 허 전 부원장보를 따라 한국은행에 입행하려고 생각했다고 술회할 만큼 둘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허 전 부원장보는 한은에 입행한 뒤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겨 법무실장, 공보실 국장, 뉴욕사무소장, 보험감독국장,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금감원 내부 선후배들의 평판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이후 그는 제2대 금융보안원 원장과 신한은행 감사를 역임해 지난 대선 기간부터 윤 대통령의 금융권 주요 인맥으로 분류됐다.

일각에서는 허 전 부원장보와 함께 신현준 전 신용정보원장도 보험개발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신 전 원장은 재경부 시절 보험제도과 서기관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에서 보험과장을 지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에서 보험사업단을 이끌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허 전 부원장보를 미는 금감원과 신 전 원장을 미는 금융위의 힘겨루기가 막판 변수로 남았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허 전 부원장보가 유력한 만큼 공모 절차도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보험개발원 인선이 끝나는 대로 보험연구원도 신임 원장 인선을 재개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 역시 지난 4월 안철경 전 원장의 임기 만료 이후 6개월 넘게 수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은 보험개발원에서 분리된 민간기관이지만, 원장 인사와 관련해선 여전히 금융 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임 보험연구원장도 경제부처 관료나 금융 당국 출신으로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