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서울시 중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만난 이현애 NH농협은행 개인고객부문 부행장은 농협 내 흔치 않은 여성 지부장 출신이다. 이 부행장은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여성 책임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두 번씩 했다고 하더라”면서 “5년 전만 해도 그랬지만, 요즘엔 여성들이 지점장·센터장 등을 많이 맡고 있어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현애 NH농협은행 개인고객부문 부행장이 8월 31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태경기자

이 부행장은 최근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 “금융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초개인화 등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해지면서 섬세한 공감 능력을 갖춘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명하복과 같은 군대문화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은 전통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색다른 관점으로 성별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생인 이 부행장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NH농협은행 인천 옹진군지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디지털금융부장, 상호금융수신지원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해 말 NH농협은행 개인금융부문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다음은 이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은행 내에서 불리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

“‘자만추’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줄임말인 신조어라고 하더라. 영업 현장에 불쑥불쑥 찾아가 의전 등 사전 준비 없이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소통한다. VIP 고객 세미나 등을 기획하는 이벤트 전담 부행장이라 항상 고객님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 같다. 개인적으론 ‘자산관리와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이현애’라는 뜻도 붙여봤다.”

직장 경력 대부분을 일선 현장에서 보낸 영향도 있겠다.

“현장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보고받는 것보다 직접 가서 듣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엔 일선 현장에 있지 못하다 보니 한 번 영업본부에 갈 일이 생기면 의도적으로 주변 지점을 갈 계획을 짠다.

일례로 다른 일정이 있어 대구에 갔었는데, 고객행복센터 대구 지점이 어렵단 얘길 들었다. 길게 이것저것 준비하지 않고 센터가 있는 대구 달성군까지 택시를 1시간 30분 타고 간 적도 있다. 이렇게 하면 현장 지점장, 팀장 등으로부터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피드백은 꼭 하려고 노력한다.”

여성 부행장이 2명인 은행은 드물다.

“농협 조직이 매우 크다 보니 지난 몇 달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작년 중앙회에서 부장 업무를 수행할 당시 은행엔 이미 선임 여성 부행장이 있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여성 부행장이 한 명 더 늘면서 다들 적잖게 놀랐던 건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 많은 여성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감과 희망을 갖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재 일선 지점의 사무소장을 봐도 그렇다. 1100여개의 사무소 중 약 25%가 여성 사무소장이 이끄는 곳이다.”

그래픽=정다운

유리천장을 깨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시대 변화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개인적인 비결을 꼽자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장애물은 넘어가든지, 피해가든지, 제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육아는 이 시대의 여성이라면 직장 생활에서 가장 흔들리는 지점이다. 주변 동기나 선배들이 이로 인해 이탈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역시나 힘들었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이 어려움을 극복했다.

사업 목표라는 주기적으로 막아서는 장애물은 직원들과 달성하면서 넘어갔다. 대인관계가 같이 어려운 것들은 즐기면서 해결했고, 그러면서 좋은 인연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스스로 장애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을 잘 아는 전문가로서 개인금융부문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2025년쯤엔 개인금융부문 업무의 80%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디지털 자산관리(Digital Wealth Management·DWM), 인공지능(AI) 콜센터 시스템 등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운영 중인 AI 시스템을 더 고도화하고, 처리 가능한 상품들을 지속해서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 AI·메타버스 등 신기술 활용 확대, 디지털 전환(DT) 인프라 고도화 등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소외계층도 비대면 채널에서 상품에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비대면 채널의 사용자 경험·인터페이스(UX·UI)를 간소화시킬 계획이다.”

NH농협은행만의 차별화된 자산관리(WM) 전략이 있나.

“수도권에 고객이 집중된 타 은행들과 달리 NH농협은행은 우량 고객이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 전국에 49개소의 WM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최우수 WM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0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자산관리 상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플랫폼 ‘NH자산+’의 내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울러 VVIP고객에 대한 특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디지털화·고급화한 디지털 기반의 프리미엄 점포를 시범 운영해 보고자 검토하고 있다. 양질의 자산관리 상담서비스 제공을 위해 ‘WM인력관리제도’를 도입해 우수 인력을 지속해서 양성하고 있기도 하다.”

5월 26일 경기 안양호계금융센터에서 열린 자산관리(WM) 특화점포 ‘NH All100 종합관리센터’ 현판식에서 이현애 부행장(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 여성 스스로 여자라는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일이 주어졌을 때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부하고 준비해서 조직을 주도하고, 움직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준비돼 있지 않다면 그 기회는 더욱 노력한 사람에게 가게 된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저 또한 지향점을 향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훌륭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롤 모델로 삼아라.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