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덩달아 뛰면서 자금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거주 불안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전세 자금이나 보증금 마련을 위해 받은 대출 이자가 늘어난 데다, 최근 임대 시장에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월세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총 162조원으로 이 중 93.5%는 변동금리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형은 통상 6개월에서 1년마다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와 금융채 1년물 금리 인상분이 반영된다.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이 고스란히 대출금리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현재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코픽스 신규 취급액 기준 연 4.34%~6.60%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12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중 대출금리는 더 뛸 예정이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청년 전세 대출로 1억원을 빌려 현재 서울 강남구에서 임대로 거주 중인 이모(29)씨는 최근 전세로 이사할 집을 알아봤지만, 가중되는 이자 부담에 결국 반전세로 눈을 돌렸다.
이씨는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으면 현재 수입으로 늘어나는 이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계산을 해보니 같은 보증금에 추가로 낼 월세가 이자보다 조금이나마 저렴해 반전세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세권청년주택 등 정부 지원 사업 등도 알아봤다"며 "소득, 지역, 기타 요건 모두 1순위지만, 직장과 가까워 거주하는 강남구 삼성동은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해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최모(27)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1.75%일 때 변동금리로 7000만원을 대출받았다는 최씨는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현재 매달 30만원 정도를 이자로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전에는 이자가 한 달에 8~9만원 정도라 부담이 없었는데 이제는 매달 은행에 내는 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었다"며 "아직 나이가 젊어 소득도 적은데, 관리비와 교통비에 이자 부담까지 늘어 저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세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다 월세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임대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재편되면서 월 임대료 역시 오르는 추세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량은 71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97건)보다 4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고가 월세 거래가 늘면서 원룸과 오피스텔 등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이 주로 거주하는 집의 월세 역시 덩달아 오르는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최모(30)씨는 "현재 매달 65만원의 월세를 내는데,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인상을 통보하더라"며 "보다 싼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월세를 구하고 있는 김미경(24)씨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그는 "2~3년 전 월세 40만원 정도였던 집을 최근 검색해 보니 시세가 50만원 후반대로 올랐더라"며 "10만원 차이라고 해도 1년 단위로 보게 되면 고정 지출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인데, 사회 초년생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월세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0%까지 올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5% 수준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 대출 금리는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