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재취업 자리는 법무법인(로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금감원 퇴직자들은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로펌들이 금융 분쟁 관련 고급 정보와 인맥을 가진 금감원 출신을 선호해 높은 급여로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는 총 98명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26명이 로펌으로 가기 위해 심사를 받았고, 저축은행(11명)과 금융투자·증권사(7명)가 뒤를 이었다.
재취업 심사란 공공기관에 근무한 사람들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하는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확인을 받는 것을 뜻한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민·관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금감원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기 위해 심사를 받는 고위직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금감원 퇴직자는 2017년 단 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40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27명이 재취업 심사를 신청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퇴직자들의 로펌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서 2019년까지 총 27명의 재취업 심사 대상자 중 로펌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4명이 로펌행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는 13명으로 그 해 전체 심사 승인 건수(38건) 중 34%를 기록했다.
올해도 금감원 퇴직자들의 로펌 선호는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금감원 재취업 신청자는 27명으로 이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26명이 승인 처분을 받았다. 이 중 9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최근 3년 동안 로펌으로 간 금감원 퇴직자 중에서는 3급 직원이 전체 26명 중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엔 2급이 8명으로 뒤를 이었고, 이후 4급(6명), 1급(1명) 순이었다. 금감원의 직급 체계는 원장, 부원장 등 임원을 제외하고 ▲1급 (국장급) ▲2급 (국장, 부국장, 팀장급) ▲3급 (팀장 및 수석급) ▲4급 (선임조사역급) 등으로 나뉜다.
금감원 퇴직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였다. 재취업 심사 인원 26명 중 8명이 김앤장 재취업 심사를 봤다. 법무법인 광장(5명), 법무법인 율촌(4명), 법무법인 태평양(3명)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최근 금감원 출신 직원의 채용을 늘리는 것은 고급 정보를 얻기에 용이하고, 금융 관련 법률 분쟁 시 조력을 받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 고위직들은 금융 회사의 경영진들과 인맥을 쌓은 경우가 많아, 금융 관련 송사가 있을 경우 수임을 하는데 도움도 얻을 수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 역시 높은 급여를 앞세운 로펌행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의 경우 일반 금융 회사의 임원 이상으로 많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고위직을 거친 인물들은 대부분 고문으로 영입되는데, 이들은 사건 수임이나 고객 상담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며 "금감원 퇴직자들은 금융 당국의 내부 고급 정보도 많이 알고 있어 최근 영입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