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연 0.5%에서 3.00%로 2.50%포인트 올랐다.

이달 초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뉴스1

◇ 연내 주담대 금리 8%대 전망… 신용대출도 5%대 사라지나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금리가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서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내 8%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도 4.40~6.84%로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한 차주가 주담대 5억원을 금리 연 4%로 빌릴 경우(30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 매달 내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39만원에서 253만원으로 늘어난다. 매월 이자 역시 100만원가량에서 114만원으로 증가한다. 총 3억5935만원 들던 비용이 4억1203만원으로 약 5268만원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채·코픽스 등 시장금리를 밀어올리고, 은행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앞서 7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사상 최대폭인 0.52%포인트가 오른 바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도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금융채 5년물은 5.023%에 거래를 마쳤다. 5%대를 넘어선 것은 2010년 8월 이후 12년 만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5%대 금리 상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이날 4대 은행의 고신용자(내부 1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5.34~6.59%로 나타났다. 은행은 고신용자에게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은행권 신용대출의 기준금리는 단기물인 금융채 6개월물이다.

한국은행이 12일 지난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또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까지 올랐다. 이날 서울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 빅스텝 시 1인당 연 32만원 이자 늘어… 기업도 4조원 증가

한은은 이날처럼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이 연간 50만2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금리 상승 시 늘어나는 이자수입 19만9000원에서 내야 하는 이자 비용 70만1000원을 뺀 액수다.

한은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빅스텝을 가정한 소득 계층별 이자 증가액은 ▲저소득층(하위 30%) 7000억원 ▲중소득층(30∼70%) 1조7000억원 ▲고소득층(상위 30%) 4조1000억원으로 분석됐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빅스텝으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7000원 증가한다. 취약 차주가 25만9000원, 비취약 차주가 33만2000원씩 더 내야 한다. 1.0%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5000원, 취약 차주의 경우 51만8000원으로 증가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대출자를 말한다.

지난해 8월부터 금통위가 이날까지 총 2.50%포인트를 인상한 만큼, 약 1년 2개월 동안 늘어난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33조원(3조3000억원×10)으로 추산됐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한 사람의 평균 연이자도 164만원(16만4000원×10)씩 늘어났다.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0.25%포인트만 인상돼도 약 2조원의 기업 이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일러스트=이은현

◇ 시중은행·저축은행, 예금 금리 인상 이어질 듯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도 인상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오는 14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는 0.50%포인트, 적립식예금 금리는 0.50∼0.7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19개의 정기예금과 27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1.00%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주 중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매일 반영되는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1년제)의 경우 이날 기준 금리가 연 4.50%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빠른 금리 인상세에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발맞춰 오를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연 4.05%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 0.4%포인트 오른 수치로,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8월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전날에도 웰컴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4%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도 이를 추가 반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추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