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서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구세대(1·2·3세대) 가입자를 4세대로 전환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환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일부 보험사들은 고객들에게 과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거나 무리한 압박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이은현

11일 A손해보험사 실손보험 고객 이모씨(31)는 "대학 시절 가입한 2세대 실손보험을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라는 연락을 최근 받았다"며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하니 (보험사 안내직원이) 부모님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 설득하겠다고 통보해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에도 A손보사가 수차례 더 연락을 해와 4세대 실손 전환의 이점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계속 듣자니 마치 고객을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사 실손 고객도 "4세대 실손 전환을 계속 거절했더니 최근 언론에서 이슈가 됐던 백내장과 갑상선 결절 레이저 시술 등을 청구하면 조사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의 우편을 보내더라"며 "4세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청구하지 말라는 식의 협박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들처럼 보험사들의 무리한 독려로 불쾌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을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화·문자·우편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하며 반복적으로 연락해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 또는 전용 콜센터를 개설하거나 4세대 전환계약을 달성한 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4세대 실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전 세대 실손에 비해 보장 한도가 적어 장기적으로 회사 측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 보험료는 1·2·3세대 실손보다 10~70% 저렴하지만, 자기 부담률이 20~30%로 보험사의 보장 한도가 적은 편이다. 비교적 건강해 병원 갈 일이 적은 젊은 층의 경우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훨씬 유리하다.

조선DB

보험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4세대 실손 전환은 더딘 편이다. 4세대 실손이 출시된 지난해 7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요 손보사 10곳의 4세대 실손 상품 전환 건수는 총 37만건이다. 이 기간까지 실손 전체(1~4세대) 가입 건수는 2950만건으로 4세대 전환율은 1.2%에 그쳤다. 같은 기간 4세대 신규 계약 건수인 91만건을 더해도, 전체 실손 비중의 4.3%(128만건)에 불과하다.

앞서 보험업계는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2·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 시 1년간 보험료 50% 할인 혜택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보험료 할인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만약 올 하반기에도 전환율이 떨어질 시 할인 혜택을 계속 연장할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도 보험사들에 4세대 전환을 통해 실손보험에서의 적자를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액은 2조8602억원으로 전년(2조5009억원) 대비 3593억원 늘었다.

최근 적자액을 보면 2017년 1조2004억원, 2018년 1조1965억원,2019년 2조5133억원, 2020년 2조5009억원, 2021년 2조8602억원 등으로 지난 5년간 누적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 당국은 보험금 지출이 많은 기존 구세대 실손에 묶여 적자액이 누적되면 자칫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과거 30여개에 달했지만, 현재 15개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