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횡령·이상 외화송금 거래 등 은행권의 잇단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였다. 금리 인하 요구권 확대 등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을 위한 은행권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 지적에 공감하며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5대 시중은행장 역시 직접 국감에 출석해 일련의 금융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이날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융사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에 “금융사의 최고경영진이 단기 경영성과에 대한 비용 측면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지점 단위, 본점 단위 (대책을) 연구해서 반영하자고 업권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 의원은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모두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는데 지금 하는 것 가지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자체 금융기관의 보고만 받을 일이 아니라 금감원 스스로 사고가 왜 계속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제도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률·제도상 개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도적으로는 내부통제 미마련과 관련한 의무 외에도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배법상 근거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명령 휴가제라든지 지점 단위 개선책뿐만 아니라 상층부에서 의사결정에 (내부통제를) 핵심성과지표(KPI)로 반영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정무위는 금리 인상기 은행권이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는 한편, 금리 인하 요구권은 수용하지 않고 있는 행태에 대해 질타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이날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과도하고 금리 인하 요구권의 수용률이 낮아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관련해 “은행의 노력만으로 거둔 이익인지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있고 이러한 인식을 공유해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 원장은 “금융기관별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 기준이) 들쑥날쑥한 건 문제”라며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 여부) 통지나 절차 기준은 업권의 자율협약이든, 금감원이 기준을 마련하든 챙겨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하 요구권은 수용률이 떨어지고 불수용의 이유가 소비자에게는 공유되지 않는 답답한 부분이 있어서 은행과 그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다음 공시발표 전까지는 개선을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번 국감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금융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권준학 행장 대신 임동순 수석 부행장이 참석했다.
시중 은행장들은 내부통제제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횡령 사고에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우리은행이 각고의 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소비자 보호를 중점에 두고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직원들에 대한 내부통제 교육이 중요하다”며 “이런 일이 최소화되고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내부교육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의식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벌백계의 자세로 (내부통제가 되는) 분위기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 조치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조직에 투자해 소비자 피해를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금감원의 태양광 대출 실태 점검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특정 의도를 가진 검사라는 야당의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열린 국감에서 “태양광 대출의 연체율이 0.12%로 나왔음에도 추가 조사해서 필요한 감독상의 조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인식을 비리 집단화하는 것 아니냐”며 “끝까지 캐내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지난 7일 문재인 정부 시절 취급된 금융권의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대출·펀드 규모가 23조원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관련 대출의 올해 8월 말 기준 연체율(원리금 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12%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당장의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높지 않은 수준이나, 대출만기가 장기이고 거치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건전성 상황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지표상으로는 연체율이 낮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태양광 사업의 구조는 개발·영업 단계가 있는데, 보통 20년 이상이기 때문에 당장 연체율이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체투자 점검 등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숨겨진 부실을 보는 것으로, 특정 의도를 갖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공매도 금지 관련 질의도 쏟아졌다. 이 원장은 ‘어떤 상황이면 공매도 금지를 검토한다는 공감대가 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질의에 “저와 금융위원장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이 모두 일치단결한 마음으로 시장 불안정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있고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원장은 “공매도 금지 관련 논란이 있지만,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된 상태에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어떠한 시장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공매도 금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이 원장은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지난 7월 28일 불법 공매도 대책 이후 무차입 공매도나 공매도와 결합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여러 가지 내부 점검을 하고 있다”며 “일부 증권사는 최근 검사를 마쳤고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인 곳도 있는데 늦지 않은 시일에 결과를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는 업권 말만 듣고 공매도 실태를 파악했으나 실제 회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봐야 유효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를 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내용이 확인되면 추가 제재를 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