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소재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대표 A씨(63) 부부는 부동산 중심으로 구성했던 은퇴 이후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최근 수정했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기존 계획보다 보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그동안 민간임대사업자인 아내와 함께 저금리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해 토지 등 부동산을 매입하고 개발해 건물 매매 차익 및 임대 수익을 거두고 다시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식으로 노후 대비 자금을 굴려왔는데 금리, 비용, 세금 등을 따지면 지방 부동산 수익보다 예금 수익이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금리가 거듭 오르면서, 유동 자금이 예금 등 안정적인 금융 상품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 무브'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11일 금융업계에서는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 연 2.5%에서 0.5%포인트(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시장 충격을 감안해 0.25%p만 올리더라도 연내 기준금리 연 3% 시대가 열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물가 상승률과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예금 이자보다 낮은 건물 임대 수익률

최근 은행들이 시중의 돈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수신 금리 경쟁을 벌이면서 법인·개인사업자 대상 예금 상품 금리가 5% 코 앞까지 올라섰다. 한 예로 우리은행의 'WON 기업정기예금(비대면)' 상품의 금리는 지난달 30일 가입 기준 1년 만기 금리가 연 4.92%였다. 이 상품에 3억원을 1년만 넣어두면, 세금을 제한 이자가 1248만원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도 없다 보니, 현금 보유력이 있는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기 좋은 상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실제 가입 고객이 몰린 영향으로, 이달 수급 조절과 안정적인 상품 운영을 위해 금리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1금융권 은행의 정기 예금 상품의 금리가 4%대를 넘어 5%대에 다가서고 있는 반면, 꼬마빌딩이나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수익률은 예금 수익률보다 저조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오피스(6층 이상) 평균 투자 수익률은 1.87%, 건물 운영에 따른 소득 수익률은 0.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초과)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1.59%, 소득수익률은 0.84%, 소규모 상가(2층 이하) 투자수익률은 1.43%, 소득수익률은 0.77% 수준에 그쳤다.

상업용 부동산을 구매할 때 통상 대출 레버리지를 이용하는데, 금리가 오른 탓에 거래 절벽에 따른 가격 하락 가능성과 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9월 18일 광주 서구 염주동의 한 신축 아파트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초급매 등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 뉴스1

◇ 만기 짧고 금리 높은 상품에 돈 몰려

전문가들은 '역 머니 무브' 시기에는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금융투자업권의 발행어음형 CMA 등 단기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미 시장의 돈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7월 통화 및 유동성'자료에 따르면 투자 대기 자금인 위탁자예수금은 올해 7월 말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2조원 감소한 반면, 은행업권 정기예금은 전년 동월 대비 69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보통예금은 46조원 늘고, 금투업권 발행어음형CMA는 5조원 증가하며 단기 금융상품 실적이 느는 추세다.

이날 기준으로 출시돼있는 정기예금 상품을 비교해보면 금리 4%대 상품도 다양하다.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은 3개월~6개월 만기 금리가 3.5%, 6개월 이상은 4.2%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 6개월 금리는 4.1%, 12개월 금리는 4.6%, 수협은행의 'SH해양플라스틱Zero!예금' 금리는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 만기 시 3.75%, 12개월 만기는 3.85% 등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지난 7일까지 첫 거래 고객 대상으로 특별 판매한 2022-3차 공동구매정기예금의 만기 6개월 기준 최고 금리는 4.2%였다.

이날 기준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으로 1년 만기 금리가 연 4.65%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1년 만기 금기는 연 4.55%다.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발행어음 상품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토스뱅크를 통해 판매한 연 4.5% 금리의 발행어음 특판 상품은 3일 만에 2000억원 한도를 소진하고 완판했다. 은행 예적금 상품의 경우 4%대 최대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거래 실적 등 다양한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행어음은 이런 조건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단기 금융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는 만기 여부와 예치 금액 상한, 예금자보호 여부 등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 예금은 만기 전 해지 시 약정 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이자를 지급하고, 고금리 수시입출식예금(보통)은 예치금액 상한 확인해야 한다. 가입 은행 고시 기본 이율을 적용하므로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이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다.

일반 예·적금은 원금과 이자가 최고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되지만,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구조라 실제 금융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