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로나19·비대면 전환 등으로 찬 바람이 불었던 은행권 취업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은행들은 공적 책임을 다한다며 최대 세자릿수 공개 채용에 나설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포함한 디지털·ICT(정보통신기술) 수시채용 등 5개 전형에서 총 400명을 선발하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신입채용을 포함해 경력직, 전문인력, 퇴직직원 재채용 등 하반기에만 총 700명 규모를 채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 환경 변화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래 직무 인재 수요와 청년 고용 창출에 대한 사회적 기대 등을 감안해 전년 대비 더욱 많은 채용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024110)도 지난 7일부터 신입행원 160명 공개 채용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 상반기 신입공채 인원보다 10명 증가한 규모로, 모집 분야는 ▲금융일반 ▲디지털 ▲금융전문·글로벌 분야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매년 상·하반기 공채 유지, 장애인 고용비율 개선, 사회 형평적 채용 강화 등을 통해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 외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의 채용도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시기·규모는 미정이지만, 주요 은행에서만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채용할 전망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빠르면 이달 하반기 신입 행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올해 수백 명 규모로 채용을 예상한다”면서 “청년들의 기회를 위해선 신입사원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하나금융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2 하나은행 신입 행원 채용’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9월 커밍순(개봉박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30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하반기 채용 계획을 검토 중이다.
올해 하반기 은행 공채는 그동안 IT 인재 채용에 열 올렸던 것과 달리 일반 행원을 많이 채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의 디지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디지털·ICT 분야 수시 채용이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인 채용 공고가 나온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모두 일반 행원을 세 자릿수로 뽑고 있다.
무엇보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은행권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규모 채용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은행들은 최근 지점 축소·수시 채용 트렌드 확산과 임금피크제로 인한 노사갈등 심화 등으로 채용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상황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잇달아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 등 은행을 압박하는 금융당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도 “은행들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속 새 정부의 일자리 확충 의지에 부합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