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을 앞둔 직장인 송우석(34)씨는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뛰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신혼여행으로 미국과 멕시코를 가기로 했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해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20~30%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미국에서 체류하는 5일 동안 식당은 하루에 한 번만 가고, 나머지는 컵라면과 도시락 등으로 해결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송씨는 “예상치 못한 달러화 급등 때문에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이 될 수 있는 신혼여행 계획이 차질을 빚게 돼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여행을 앞둔 신혼부부나 해외 출입이 잦은 승무원, 직장인 등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뛰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기업 등이 당장 큰 타격을 받는데,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향이 국민 일상으로도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9년 4월 1일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8일에는 전날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1380원선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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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여행에서 컵라면 먹기로”… 강달러에 우는 예비부부들

달러 강세로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부부들 가운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유지돼 온 출입국 규제가 올 들어 풀리면서, 많은 신혼부부들이 국내 대신 해외를 신혼여행지로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당초 계획한 예산보다 부담이 크게 늘었다. 강달러 탓에 여러 예비부부들은 행선지를 미국 대신 다른 국가로 돌리거나, 숙소 등급을 낮추고 일정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여행 계획을 바꾸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강모(31)씨는 신혼여행을 스페인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하와이 등 미국 휴양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최근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자 결국 미국행을 포기했다.

그는 “환율이 너무 올라 미국 쪽은 엄두도 못 낸다”며 “그나마 스페인이 소비자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여행지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여행사에서는 달러 가치가 올라 패키지여행 상품의 구성을 바꾸겠다고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 달러화 강세에 식사 포기하는 승무원… “체류비라도 늘려줬으면”

해외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많은 승무원 역시 달러 가치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사에서 지급하는 해외 체류비는 코로나 사태 전과 비슷한 수준인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승무원들이 비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차 승무원인 이모(29)씨는 최근 비행 전 캐리어에 컵라면, 간식 등을 챙겨가는 승무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과 물가가 오르며 이동, 식사 등을 회사가 지급하는 체류비로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동료 승무원 중 컵라면 등 간편한 식사 대용 음식을 챙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이 환율 변화를 감안해 체류비를 늘려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 해외 직구족도 환율에 놀라… 코로나로 성장한 직구 시장도 주춤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입하는 이른바 ‘직구족’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해외 직구는 코로나 사태로 최근 2년간 눈에 띄게 늘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더는 직접 구매에 대한 이점을 누리기 어려워지면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10년 넘게 해외 직접 구매를 애용해 온 직구족이다. 그는 한 달에 2~3번가량 해외 배송을 통해 의류를 구입해왔다. 그는 최근에도 직구를 2번 이용했지만, 앞으로 자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게 되면 가격이 싸다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용이 국내에서 구매할 때보다 늘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주에도 신발 두 켤레를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했지만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국내 가격은 켤레 당 22만원인데, 해외를 통해 사니 28만원 정도라 10만원 넘는 돈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22년 6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 2019년 3조6360억원에서 지난해 5조1404억원으로 1조5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최근에는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증가세가 꺾이는 추세다. 올 1분기 해외 직구 규모는 1조3714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는 1조302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