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신흥국 시장에 대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현실화한데다, 생명보험사들의 주력 영역인 장기 보장성 보험의 가입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어 국내에서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이은현

◇ 삼성화재, 中 텐센트와 합작법인 설립… 현대해상은 印 시장 공략 확대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 시장 1위 업체인 삼성화재는 오는 2027년까지 일반보험 매출에서 해외 시장의 비중을 현재 30% 수준에서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일반보험이란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보험기간이 2년 이상인 상품)을 제외한 손해보험 상품이다.

삼성화재(000810)는 현재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영국·미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러시아 등 7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 1995년 중국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2005년 해외 보험사 최초로 단독법인을 설립해 27년간 사업을 운영해왔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 텐센트와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신청해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현재 단독법인 체제로는 중국에서 외국계 보험사로서 규제가 많아, 합작법인 전환을 추진했다는 게 삼성화재의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중국 손해보험 시장은 현재 약 250조원 규모로 연평균 두 자리 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 시장에서는 2030년 이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보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사옥 전경./삼성화재 제공

국내 손보업계 2위인 현대해상(001450)도 지난 2020년 4월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IT기업인 레전드홀딩스, 차량공유업계 1위 기업 디디추싱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세웠다.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에 중국을 포함, 해외에 2개의 지사와 6개의 사무소를 두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부문 수입보험료 가운데 73%가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나왔다. 지난해 해외 수입보험료 3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년 대비 8.6% 성장한 387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9년 4월 인도 뉴델리에 사무소를 열었지만, 아직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지 보험사에 대한 지분 투자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인도네시아 진출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하면서 진출이 늦어졌다"면서 "투자 여력과 자체 영업 한계 등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큰 현지 보험사 지분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 국내서 실적 부진한 생명보험사, 젊은 층 많은 동남아 시장에 눈독

생명보험사들 역시 신흥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생보사들은 손보사들보다 국내 실적이 더 부진하고 장기 성장 전망도 어두워 해외 진출이 더 간절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보장성보험, 저축보험, 변액보험 등 모든 상품의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 생보업계 수입보험료는 50조613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1% 감소했다.

국내 '빅3 보험사'로 꼽히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최근 동남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는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구매력을 갖춘 젊은 층 인구가 많아 생보업계에서 새로운 '노다지'로 꼽히고 있다.

삼성생명(032830)은 현재 태국에 7개의 지점과 107개의 영업소를 두고 있다. 삼성생명 태국법인은 올 상반기 기준 14만여명의 가입자를 두고 17만5000여건의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태국법인의 보험상품은 생존보험, 사망보험, 생사혼합보험으로 구성됐는데 수입보험료는 각각 54억원(6.6%), 313억원(38.2%), 452억원(55.2%)으로 총 81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한화생명(088350)은 2009년 국내 생험사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영업점 숫자는 처음 3곳으로 출발해 현재 140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수입 보험료는 2150억원으로 13년 만에 120배 증가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생명 베트남 현지법인은 올 1분기 기준 고객 28만명, 증권계좌 수 5만3000개를 확보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사옥 전경./한화생명 제공

◇ 정치·사회 변수는 리스크… 교보, 미얀마 내전에 베트남으로 눈길 돌려

해외 시장이 마냥 국내 보험사들에게 '장밋빛'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흥국들의 경우 특히 정치, 사회적인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해 이 시장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교보생명은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월 미얀마 양곤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했다. 그러나 미얀마 내전이 발발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결국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교보는 지난해 말 베트남 보험사 바오롱손해보험·BIDV메트라이프와 지분 매입 협의를 마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모든 회사들에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면서도 "아직은 여러 사업 위험 요인도 많고, 성과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