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종식 국면에 닥친 국제 금융 질서의 변동과 급격한 경제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금융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관가(官街)와 국책은행, 그리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조선비즈는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5대 금융지주, 주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수장들에게 올해 가장 주의 깊게 읽었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할 책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총 12명에게 물었고,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추천했다.

추천서는 경제, 경영 분야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과학, 역사, 철학을 비롯해 소설가의 전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도 거론됐다. 추천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복합위기', '변화', '희망'의 세 단어였다.

금융계 리더들은 복합적인 구조 변동과 위기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변화를 좀 더 거시적이고, 금융 이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존 이외에 좀 더 고차원적이고 인간적인 목표를 희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 다시 주목받은 <넛지>…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며 행동 변화를 이끌어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이 쓴 《넛지(파이널 에디션)》를 꼽았다. 임성훈 대구은행장도 이 책을 추천했다. '사람들이 바람직한 일을 하게 하고 싶다면, 그 일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이 원장은 "넛지는 초판이 출간된 이후 10여년 간의 시대 변화 속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넛지의 예로 "소비자가 연금이나 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을 제대로 활용하고 금융의 사회적 기능을 제고하려면 모든 금융상품이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야 한다"며 "수수료나 금리도 알기 쉽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 책이 제시하는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개입(넛지)'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앞으로 선한 '선택 설계'를 잘 활용해 코로나19 팬데믹, 고물가·고금리, 에너지난, 기후 변화 등 우리가 현재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래픽=손민균

임 행장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 불완전함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이를 이용해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 보자는 게 '넛지'"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기후 변화 등 국제 사회의 여러 현안들을 반영해 다양한 넛지와 그 효과를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각광 받는 레이 달리오… "새로운 국제 질서 속 미래 행동양식 도와줄 참고서"

레이 달리오(Ray Dalio)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가 쓴 《변화하는 세계질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안감찬 부산은행장이 추천한 도서다.

강 회장은 "지난 500년간 주요국의 금융, 경제, 정치, 사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초장기 '빅사이클'을 그려낸 '레이 달리오'의 작업이 경이로울 정도"라며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정리한 단순한 역사서의 성격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 실증분석을 통해 지난 500년간 세계질서를 형성한 작동원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강 회장은 이어 "미-중 패권경쟁 격화, 자국우선주의 팽배와 다자무역주의 퇴조라는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미래 행동양식을 도와줄 참고서"라면서 "국책은행 CEO로서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와중에, 이 책을 읽은 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싶다면 추석 연휴 동안 일독해보시길 권한다"며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저자가 굵은 글씨로 강조한 내용 위주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안 행장은 "과거 역사의 사이클과 패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저자의 접근법과 사고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중국 역사나 질병과 같은 요인에 따른 생산력 변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 이념적인 백그라운드 등에 대한 설명 등은 책 '총균쇠'가 떠오르고, 경제 주제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고 평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의 책으로 《긴축의 시대: 인플레이션 쇼크와 금리의 역습》을 꼽았다. 실물경제와 경제정책 분야 전문가인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한양대 교수)이 쓴 이 책은 인플레이션 대응 전략과 금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아낸 긴축 경제 전망서다.

손 회장은 "불과 작년까지도 3저(低) 현상(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을 걱정해왔던 금융권이 역으로 3고 현상에 비상 대응을 해야 할 만큼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금융권에도 닥쳐올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인사이트가 절실한 시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긴축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 전망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라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우려하고 있듯 하반기에는 물가, 코로나19, 전쟁 등 주요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상황에 따라 미래 전망도 달라질 것이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점을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도 하반기 복합 경제 위기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당부한 바 있다"면서 "전문가가 제시하는 체계적인 경제 전망과 분석을 확인할 수 있어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를 추천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이 쓴 이 책에 대해 김 회장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펼쳐진 지금, 고물가 현상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책"이라며 "현재 우리가 어떤 경제상황에 놓였는지,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 불확실하고 불규칙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변화 관통하는 책에 주목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석학 마커스 브루너마이어의 저서 《회복탄력 사회》를 꼽았다. 함 회장은 "코로나19가 끝나기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난,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이른바 '복합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이러한 복합위기에 '회복탄력 사회'라는 처방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충격 이후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위기를 막아낼 견고성(robustness)에 집착하는데, 탄력성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비유하자면 견고한 떡갈나무는 웬만한 강풍도 견디지만 거센 태풍에 직면하면 부러지는 반면 갈대는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태풍이 불어도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복탄력성을 담보할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회복탄력적인 방식으로 사회계약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사회적 규범, 시장 등 3가지 접근방식을 균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 회장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우리의 취약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당장의 위기관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제고할 사회계약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윤식 미래학자가 쓴 《엔데믹 빅체인지 7》을 택했다. 엔데믹 세상의 빅체인지를 ①변혁, ②그리드락(교착), ③스탠딩 웨이브, ④파에톤의 추락, ⑤신대항해 시대, ⑥생존학습, ⑦3무(三無) 7개 키워드로 제시한 책이다.

조 회장은 "엔데믹 이후 경제 및 환경, 산업, 세대 등 전반의 변화 모습을 조망하고 이에 따른 중장기 관점의 기회와 위험 요인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라며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예측하는 엔데믹 세상 생존 시나리오들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각각의 키워드가 곧 닥칠 이벤트부터 미래 세대가 마주할 난관까지 사회 전방위적 변화를 관통하고, 단기·중기·장기 변화를 아우른다"면서 "이 책이 엔데믹이라는 불확실하고 불규칙한 파고를 슬기롭게 넘기 위한 정확한 지도가 돼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 과학과 철학, 역사에 주목하는 금융사 CEO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데구치 하루아키가 쓴 《철학과 종교의 세계사》와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저서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빅뱅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 것)》 등 2권을 꼽았다.

윤 회장은 책 '철학과 종교의 세계사'에 대해 "고대에서 현대, 서양에서 동양까지 방대한 사상들의 등장 시기와 특징, 그리고 서로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중요한 문제를 직면하면 책 속에 제시된 방대한 사상과 모델들을 통해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면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다양한 사상들을 통해 지혜를 완성하고, 세상에 대해서는 겸손함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는 과학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과학교양서다. 메타버스 시대에 꼭 필요한 7가지 과학지식을 담은 이 책은 정보화 시대를 만든 양자역학부터 천문학, 생물학, 기계 그리고 역사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쳐있는 과학지식의 마중물 같은 책이라고 윤 회장은 평가했다.

윤 회장은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인간은 지식을 통해 과거보다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면서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은 고난할 수 있으나, 지식을 통해 불완전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 분야의 역사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학에 대해 알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변화하며, 과학의 위대함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이사는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꼽았다. 통섭은 서로 다른 것을 함께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최재천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을 통해 지식이 갖고 있는 본연의 통일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물을 널리 관통하는 원리를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다.

홍 대표는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 간의 경계를 국경으로 보지 않고 통합해 양측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본성의 공통성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면서 "기술이 인간 행동 양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가운데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 보려는 노력에서 금융 혁신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올해의 책으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이병주 평전》을 추천했다. 이병주 평전은 72년에 걸친 이병주의 굴곡진 생애와 그가 쓴 방대한 작품 세계를 담아 이병주 연구를 집대성하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00여년에 걸친 격동의 한국근대사를 소설가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손 회장은 "과거의 사건과 시대상을 되돌아보고 역사를 통해 신냉전, 뉴노멀 등 대내외 환경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경제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이후범 작가의 《나는 희망의 증거이고 싶다》를 추천했다. 윤 대표는 "이 책은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작가가 다른 환자들과 소통하며 느꼈던 위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웃음과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아픔을 겪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증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