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를 맞아 불붙은 은행 간 예금금리 경쟁이 자칫 금융시장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예금 금리 인상이 아직 와 닿지 않는다는 금융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도 있는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 고객을 잡기 위한 수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연 10%대 특별금리'를 앞세운 상품과 관련 이벤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진은 8월 30일 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연합뉴스

7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신규 고객 선착순 10만명을 대상으로 최고 연 1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나섰다. '코드K 자유적금' 신규 가입 고객 10만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룰렛을 돌려 연 5%, 6%, 8%, 10% 총 네 종류 금리 중 하나에 100% 당첨되면 해당 금리를 적용해주는 식이다. 1년 만기로 월 납입금액 최대 3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광주은행은 창립 54주년을 맞아 최대 연 13.2% 금리를 제공하는 '행운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1년제 기본 금리가 정액적립식이 3.2%, 자유 적립식 2.9%인데, 이벤트를 통해 우대금리 연 10%포인트를 적용한다. 2023년 3월 12일까지 해당 적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 6개 임의 숫자 조합으로 이뤄진 행운번호를 배정하고, 배정된 행운번호를 대상으로 금요일에 추첨해 당첨된 계좌에 연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한국야쿠르트(hy)와 제휴해 hy 온라인 쇼핑몰 프레딧에서 20만원 이상 결제 등 우대금리(9%포인트)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고 연 11%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을 출시했다. 이는 6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저축 한도는 1000원~30만원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시작되면서 은행간 예금 금리 경쟁이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시행된 예대금리 차 공시도 은행들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면서, 은행권의 금리 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말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7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33%로,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를 추월했고,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에도 금융권의 금리 경쟁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금금리 경쟁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은행들이 주로 일정 기준과 조건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는 우대 금리를 확대해 최고 금리 상단을 높이는 전략과 고객 유치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보니 시장에서는 '꼼수', '미끼'라는 불만과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간 예금금리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은 곧 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데,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부채 급증과 부실화, 경기 침체, 은행 건전성 악화 등 악순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최근 금리가 좀 더 높은 수신상품으로 돈이 이동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늘고 있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추세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결국 대출 금리를 올리게 되고, 정기예금 금리 인상으로 은행과 비은행 간 예금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카드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출혈 경쟁과 자금 조달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2023년 상반기 중 기존 대출금리는 2년 만에 두 배 수준인 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다면 은행의 적극적인 이자 감면 조치가 없을 경우, 가계의 소비 위축을 넘어 부동산 시장, 나아가 은행의 건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선 은행의 저원가성 이탈에서 비롯된 시중 유동성의 이동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금 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속도, 예대금리차 하락,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금융안정위험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