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377300), 토스 등 대형 IT기업(빅테크)들의 보험 중개업 진출을 두고 손해보험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경우 현재의 독점적 구조가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규제혁신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금감원은 토스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험을 포함한 여러 금융 상품을 비교·추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비교 추천서비스 허용은 특히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종신, 변액, 외화 보험 등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플랫폼의 비교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는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금융 당국의 이번 조치가 일부 대형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손보사 시장 구조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중소형 보험사들은 영업망과 상품 수, 마케팅 규모 등에서 앞선 대형사에 밀려 좀처럼 성장할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앞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의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이 활성화 될 경우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보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알려진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 보험은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과 같은 주요 4대 손보사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보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전체 계약 건수는 2929만건을 기록했다. 이 중 4대 손보사의 계약 건수는 1918만건으로 전체 65.5%를 차지했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주요 4대 손보사의 비중은 더 크다. 4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점유율은 지난 2017년 79.1%에서 지난해는 84.7%로 늘었다. 반면 악사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온라인 손보사들의 비중은 지난해 5.9%에 그쳤다.
대형 손보사들은 대체로 시장 변화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업계 1위 업체인 삼성화재(000810)의 경우 이미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와 공동으로 구축한 통합금융 플랫폼 '모니모'를 운영 중이고, 비대면(CM) 채널도 활성화 돼 있어 빅테크의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출범해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서비스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금융 당국이 발표하면 그에 따라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비교 서비스가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대형 시중은행에 밀렸던 지방은행들이 플랫폼을 통한 대출 비교 서비스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이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통해 모집한 가계대출의 전체 규모는 총 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방은행의 대출 규모는 2조3000억원을 기록, 시중은행(7000억원)의 3배를 넘어섰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아직까지 빅테크 플랫폼의 보험 비교 서비스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심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며 "반면 롯데와 한화 등 4대 손보사를 추격 중인 2군급 회사들은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