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폭우로 침수 차량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데다, 오토론(자동차 할부대출) 금리까지 올라 구매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폭우 사태에 따른 침수 차량은 약 1만2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침수 피해를 봐 차량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 '전손(全損)' 처리돼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가벼운 손해만 입어 보험사가 측정하는 차량 잔존 가치보다 수리비가 덜 나오는 경우 '분손(分損)' 차량으로 간주돼 판매가 가능하다.
또 침수 피해를 본 차주가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보험 가입자 중 70% 정도만 이 특약에 가입돼 있다.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30% 차주 가운데 분손 손해를 입은 사람은 중고차 시장에 차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12개 손해보험사 임원들을 불러모아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올 수 있으니 폐차 진위 여부와 처리 상황 등을 명확히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중부지역 폭으로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다량 유통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만약 침수 이력이 있는 차량을 모르고 샀더라도 구매 후 30일이 지나면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 국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자가 차량의 침수 사실을 속이고 판매한 경우 90일 동안 환불을 보장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침수 차량의 대거 출하로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자,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주로 하는 캐피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캐피탈업계는 중고차 관련 금융 시장에서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중고차 시장이 위축되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고차 할부금융 점유율 1위 업체인 KB캐피탈은 종합검사와 주행·성능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약 2만대의 인증 중고차 매물이 있다"며 "침수 차량 유통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인증 매물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도 '중고차 품질 등급제' 등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강화한다. 또 리스 차량의 경우도 보험 전손처리액보다 회수금액이 큰 경우 자체 손실 처리할 방침이다. 리스 이용 비중이 큰 수입차의 경우 남은 차량 금액이 보험사가 제시한 전손 처리 금액보다 적으면 차주들이 수리 후 판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침수 차량 출하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오토론 금리도 최근 계속 상승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중고차 구매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올 상반기 중고차 오토론 평균 실제금리(나이스 신용평가 701~800점, 36개월 할부 기준)는 14.72%로 전년 동기(12.7%) 대비 약 2%포인트 상승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평균 금리도 올 상반기 13.32%로 전년(12.4%)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케이카캐피탈은 11.8%에서 13.46%로 1.6%포인트 올랐다. BMW 차량 전용 할부금융사인 BMW파이낸셜의 금리도 8.1%에서 9.55%로 1.45%포인트 상승했다.
오토론 금리가 오르는 것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조달금리도 뛰었기 때문이다. 캐피탈사들은 주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했다.
지난달 24일 기준 여전채 3년물(AA+) 금리는 4.514%로, 지난 2011월 10월(4.52%)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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