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로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그동안 카드사들에 '효자' 노릇을 했던 온라인쇼핑몰의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감소하고, 비자 등 해외 카드사들에 지불하는 브랜드 이용료 부담은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연고점(1,350.8원)을 경신한 3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3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해외 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은 전체 신용판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실적을 개선하는데 해외 직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고 평가한다.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 2019년 3조6360억원, 2020년 4조677억원, 지난해 5조1404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증가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해외 직구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분기 기준 해외 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분기 1조509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분기 1조3714억원, 2분기 1조3021억원으로 감소했다.

해외 직구 중 절반은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 이점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세청이 추석 명절기간 동안 선물 등 해외 직구 물품이 집중 반입되는 것을 대비해 인천, 평택 등 세관에 특별통관지원팀을 편성해 특송물품의 신속통관을 지원한다. 지난 29일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청 관계자가 업무를 하고 있다./뉴스1

이와 함께 국내 카드사는 해외 카드 브랜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사용액에 비례해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1.0%, 아멕스가 1.4%의 수수료를 받는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제품 가격과 수수료 부담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직구가 줄어든 대신 해외여행을 통한 신용판매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최근 각국이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규제를 풀면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들이 늘어 카드 사용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도 다음 달 3일부터 입국 전 코로나 검사를 폐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해외 직구는 줄었지만, 여행이 늘면서 해외 카드 사용액은 늘었다.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36억6200만달러(약 4조9437억원)로 지난 1분기보다 19.6%, 1년 전과 비교해 8.6% 증가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여행에서 1인당 평균 사용액은 21만3353원에 그친 반면 해외여행에서는 평균 149만716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가운데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 소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세가 지나치게 빨라, 모처럼 살아나던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늘었지만, 7월부터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고작 15%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올 추석 연휴 기간 중 여행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 응답자는 전체의 9%에 그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올 연말 1400원을 넘어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더 오를 경우 국내 소비 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 신용판매 부문에서 어려움을 계속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