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가상자산 전문투자사인 해시드의 자회사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증권선물위원장을 거쳐 차관까지 역임하며 거시·금융 정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해시드의 계열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HOR은 블록체인 기술 관련 자문과 컨설팅 전문 업체다. 해시드는 지난 11일 자본금 20억원을 투자해 HOR을 설립하고 법인 등록을 완료했다.
김 전 차관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는 행시 30회 출신으로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거쳐 부위원장과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했다.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기재부 1차관으로 일했다. 그는 금융정책과 거시경제를 두루 다룰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8년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가상자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불법 행위를 감시할 수 있도록 실명확인 시스템 등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가상자산 시장이 존속하는 길을 열어줬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광산 김씨 문중 모임에서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김서준 대표의 부친을 통해 김 대표를 1년 전 만났다”고 털어놨다. 또 “젊은 블록체인 투자자 그룹의 비전과 글로벌 전략에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통화에서 “공개 세미나 등을 열어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場)을 만드는 데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HOR은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아버지인 김용구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김씨는 오랜 기간 더불어민주당계 인사들과 상당한 교분을 나눠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 등으로 일했던 김경진 전 의원도 HOR에 감사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