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당국이 신고 절차를 밟지 않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일부 거래소들은 버젓이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불법 해외 거래소 이용이 개인 정보 유출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들을 규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2일 MEXC(멕스씨) 등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불법 영업을 했다고 담당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FIU가 지목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멕스씨(MEXC) ▲쿠코인(KuCoin) ▲페멕스(Phemex) ▲엑스티닷컴(XT.com) ▲비트루(Bitrue) ▲지비닷컴(ZB.com) ▲비트글로벌(Bitglobal) ▲코인더블유(CoinW) ▲코인엑스(CoinEX) 등 16곳이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한국에서 영업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들은 금융 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한국어 서비스 지원, 내국인 대상 마케팅·홍보 등의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멕스씨와 쿠코인 등 일부 거래소들은 FIU 신고 조치에도 여전히 한국어 지원 등 불법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거래소들은 텔레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는 마케팅 광고도 진행하고 있었다.
텔레그램 채팅방 'MEXC 공식 사랑방'에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재로 인해 접속이 안 될 경우 대처 방안에 대한 공유 글도 올라오고 있었다. 일부 채팅 참여자들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우회 아이피를 통해 해외 거래소에 접속할 수 있다며 불법 행위를 조장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은 불법 해외 거래소들의 국내 접속 차단을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방통위와 방심위는 이들 거래소에 대한 심의 논의를 거쳐 차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되는 만큼, 이 기간에는 해외 거래소들의 불법 영업을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지 않아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라며 "이들 거래소는 등록 절차를 거친 거래소보다 상대적으로 해킹에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법 해외 거래소의 영업 활동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상자산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불법 거래소뿐 아니라 해당 거래소의 이용을 부추기는 리딩방 등에 대한 처벌도 함께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