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1금융권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정기예금과의 금리 차이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 7월 3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도로변에 시중은행 예금 금리 광고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뉴스1

22일 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18일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0.5%~0.8%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기존 3.05%에서 3.55%로 올랐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할 경우 최고금리 3.65%를 받을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달 말 정기예금 금리를 연 0.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웰컴디지털뱅크 앱을 통해 가입하면 연 3.6%(12개월 이상 약정 시)의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e-정기예금(단리)’ ‘m-정기예금(단리)’ 상품은 모두 12개월 기준 최고금리 3.60%를 준다.

OK저축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지난달 0.25%포인트, 이달 초 0.05%포인트 각각 올렸다. OK저축은행의 ‘OK e-정기예금’과 ‘OK정기예금’은 최고금리가 모두 3.50%다. 지난 11일에는 ‘중도해지OK정기예금(3년)’의 금리를 기존 연 2.5%에서 0.1%포인트 인상했다.

최근 인상을 적용한 현재 상당수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3% 중후반 정도로 형성돼 있다. 이는 3% 중반대까지 주는 1금융권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와 비교해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 중에서는 저축은행보다 최고금리가 비슷하거나 높은 정기예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12개월 기준)’은 최고금리 3.60%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은 금리는 각각 3.40%, 3.35%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최고금리가 3.08%에 형성돼 있다.

최근 1년 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상호저축은행과 예금은행의 6개월 이상 1년 미만 예금금리 차이는 1.10%포인트였으나, 3개월 만에 이는 0.63%포인트로 줄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0.76%포인트로 잠시 벌어졌지만, 지난 6월에는 0.69%포인트로 다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1금융권 시중은행과의 예금금리 차이는 적으면 0.8%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 중후반까지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예전처럼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주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대출 총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기존 21%에서 14%로 줄였다.

1금융권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의 주 수입원은 대출 상품 판매다. 저축은행은 과거 고금리 시절 기준금리보다 평균 약 2% 높은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끌어모은 자금으로 대출을 진행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의 양은 정해져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양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총량제는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제도로,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이 판매할 수 있는 대출의 양을 금융 당국이 관리하는 제도를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늘어 부실 우려가 커지자 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판매할 수 있는 대출의 양이 제한을 받게 되니 저축은행은 무리하게 예·적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내려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법정 최고금리란 금융 업체가 대출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 금리를 뜻한다. 대출의 최대 금리가 낮아졌는데 예금 상품의 금리를 높이면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