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들의 간편결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오픈페이' 플랫폼에 삼성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 등이 참여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오픈페이는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서도 다른 회사의 카드를 호환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2일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페이에 참여하는 카드사들은 다음달 말까지 서비스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테스트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늦어도 올해 안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픈페이는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비슷한 개념이다. 스마트폰에 특정 카드사 앱을 하나만 설치해도 다른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최근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약 2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카드사들이 개별 경쟁이 아닌, 공동 전선을 구축해 빅테크에 맞서겠다는 게 오픈페이의 도입 목적이다.
현재 오픈페이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롯데카드·하나카드·BC카드·NH농협카드 등 6개 사다.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략 논의를 위해 공동으로 구성한 '모바일실무협의체'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카드업계 2위 업체인 삼성카드와 4위인 현대카드는 오픈페이 참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그동안 독자적으로 키워온 자사 앱이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있다. 또 최근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같은 그룹 금융 계열사와 공동으로 구축한 통합금융 플랫폼 '모니모'도 운영 중이다.
현대카드도 지난 2020년 '현대카드 앱 3.0′을 선보인 이후 디지털 서비스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애플과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협력 가능성도 지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금융지주 계열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오픈페이 사업을 주도해 왔다는 점을 들어 자칫 '들러리' 수준의 역할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6위 사업자인 우리카드도 비슷한 이유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카드사를 중심으로 오픈페이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반 카드사들은 참여를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많은 고객이 대형 카드사 앱만 설치한 뒤 여기에 중소형 카드사를 추가해 사용할 것"이라며 "결국 중소형 카드사 앱은 외면을 받고 장기적으로 업체 간 점유율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는 언제든지 오픈페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오픈페이 참여에 대해선 계속 검토를 하는 단계"라며 "여건에 맞춰 참여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도 "오픈페이 초기 멤버로 참여해야 할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오픈페이가 서비스를 시작 후 간편결제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상황을 지켜본 후 삼성카드 등이 뒤늦게 발을 담글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 삼성·현대·우리카드가 지금부터 합류를 결정해도 오픈페이는 당분간 '반쪽짜리' 서비스로 출범할 수밖에 없다. 오픈페이 시스템 구축에 최소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삼성카드 등이 지금 참여를 결정해도 실제 서비스는 바로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먼저 참여를 확정한 카드사들은 지난 2월부터 오픈페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문 분과를 만들고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