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자 이달 19일 예정된 세부 운영 발표를 연기하고 금융권의 추가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권의 부장급 실무진을 대상으로 하는 새출발기금 설명회를 먼저 개최하고 새출발기금의 세부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16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기금 운영방향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연기 사유로 “금융권 및 유관기관 등과의 세부사항 추가 소통과 점검을 위한 추가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을 투입해 25만명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 차주에 대해서는 60~90%까지 과감하게 원금을 감면해준다.

새출발기금은 시작도 전에 원금 탕감에 따른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와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도 실행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은행권에서도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 내용의 정비를 주장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각 채권(무담보)에 대한 원금감면 비율을 60∼90%로 설정할 경우 부실 차주 양산과 도덕적 해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원금감면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부담과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새출발기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새출발기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제도에 대한 오해”라고 해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새출발기금과 관련해 “금융권, 보증기관, 중소벤처기업부, 지자체 등과 같이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 여러 가지 오해에 대한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새출발기금에 대한 지자체의 우려를 듣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지원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금융위는 새출발기금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브리핑을 통해 큰 틀에서 제도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신용회복제도의 감면율은 90%로 최대치는 (새출발기금과) 똑같다”며 “현재 제도로는 은행이 채무감면을 부담하지만, 새출발기금은 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해놓았다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새출발기금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금융위는 새출발기금의 세부 운영 방안을 발표하는 대신 금융권의 이해를 위한 추가 소통을 선택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새출발기금 설명회에는 은행 등 금융권의 부장급 실무진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무진들이 해당 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다만, 설명회에서 추가 의견이 반영될지, 제도에 대한 설명만 이뤄질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