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7일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첫 번째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첫 회의에서 TF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여러 투자자 보호 방안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거나 자문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여럿 참여한 가운데 17일 첫 회의를 개최한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 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가상자산 투자 수익 5000만원 비과세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등의 방안을 제시했었다. 이번 TF에서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외에 다양한 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바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취임 공약 중 하나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 조각투자 등 여러 가상자산을 정식으로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금융 당국의 관리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TF는 ICO(가상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ICO란 주식 시장에 입성하기 전 진행하는 기업 공개(IPO)와 같이 가상자산을 발행하기에 앞서 목적이나 발행 규모, 발행처 등 여러 항목에서 특정한 요건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ICO 도입을 통해 부실한 기업 등이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TF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법안과 규제 도입 상황을 참고해 규제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은 국경을 뛰어넘는 ‘초(超) 국가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통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11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EU 집행위 고위 관계자와 만나 이들 국가의 규제 현황을 청취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도 가상자산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이날 그들이 마련한 협의체 DAXA를 통해 규제 가이드라인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비트 등 21개 코인마켓 거래소들 역시 서류 심사, 추가 서류 등 상장 관련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도 실효성 있는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가 원화·코인마켓으로 양분돼 있는 만큼, 이들의 공조가 필수적인데 아직은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원화마켓, 코인마켓 거래소가 각자 자체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 등에서 차이가 큰 만큼 두 거래소를 공통으로 다룰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금 세탁 방지와 같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여러 거래소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두 종류의 거래소를 관장하는 하나의 협의체를 두고 효율적인 자체 규제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