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신용·체크카드가 우후죽순 출시되는 가운데, 갑자기 단종되는 카드의 종류도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혜택이 많은 카드를 선보여 가입자를 끌어모은 카드사들이 손익을 따져 기존 카드를 단종시키고 혜택이 적은 카드를 발급받도록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서비스 중인 신용·체크카드만 1600여종
7일 신용카드 정보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카드는 총 1611종(신용 1100종·체크 551종)에 달한다.
카드 종류가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큰 차이는 없었다. 매년 새로운 신용·체크카드가 출시되고 있는 동시에 기존에 발급된 카드 중 상당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가 지난해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는 총 192종(신용 143종·체크 49종)이다.
연간 단종되는 신용·체크카드 수는 지난 2017년 93종, 2018년 100종이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02종을 기록,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성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출시하고 오래된 카드는 단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혜택이 컸던 카드를 없애는 분위기로, 단종되는 카드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최근 단종한 카드는 더모아 카드·빅플러스 GS칼텍스애경·2030 우체국멤버십·레이디 교육사랑·레이디 우체국 멤버십·트래블보너스 에어플러스 등이다. 특히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던 더모아 카드의 경우 출시 후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말 단종됐다.
포인트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트래블보너스 에어플러스 카드를 사용했던 한 신한카드 고객은 "포인트를 착실히 모아 제주도를 가려고 준비했는데, 갑자기 카드가 단종돼 포인트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사들이 혜택이 많은 카드를 발급해 가입자를 끌어모은 후 단종을 하는 행태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됐다.
NH농협카드는 지난 2016년 주력 상품이었던 시럽카드를 출시 후 1년도 안돼 단종해 논란이 됐다. 이 카드는 가입자들에게 매달 10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혜택이 풍성해 출시 8개월 만에 45만여명이 발급을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럽카드를 사용했던 한 NH농협카드 이용자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쿠폰을 받아 도움이 됐는데 갑자기 단종돼서 '올바른 마이픽 카드'란 대체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혜택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시럽카드 대신 NH농협카드에서 추천받은 카드의 혜택이 너무 안 좋아 연회비 20만원 수준의 타 회사 카드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단종은 제멋대로… 고객 안내는 '뒷전' 지적도
카드사들이 신용·체크카드 상품을 단종하면 고객은 발급 받은 카드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가 카드를 단종하면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고지하고, 고객에게 전화해 서비스 중단으로 유사한 혜택의 카드를 재발급 받는 데 대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카드사의 경우 이 같은 프로세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카드는 최근 '메가캐쉬백 더 드림' 체크카드의 발급을 중단했다. 이 카드를 사용했던 하나카드 고객은 "메가캐쉬백 체크카드와 메가캐쉬백2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둘 다 서비스가 중단됐다"며 "'카드 단종으로 다른 카드를 발급하겠다'는 문자메시지 공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단종되는 카드들은 전부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전화로 안내를 드리고 있다"면서 "카드 발급 과정에서 마케팅 동의를 거부했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고객들은 문자 메시지로 안내가 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신용·체크카드 단종과 관련해 고객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하나카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카드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상담센터를 외주로 돌렸고, 단종되는 카드도 증가하면서 중단 안내와 재발급 과정 등이 소홀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카드사들이 발급해 운영하고 있는 신용카드는 1억1769만장, 체크카드는 1조609만장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 1인당 4.2장의 신용·체크카드를 보유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