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7개 은행이 지난달 공시한 전월 취급 개인 신용대출에 붙인 가산금리는 평균 4.0%이고, 주택담보대출에 붙인 가산금리는 평균 2.72%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매기는 '가산금리'를 바라보는 시장 수요자와 공급자 간 시각차는 극명하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가산금리는 내렸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다.
반면, 금융소비자를 비롯한 시장에선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기준금리 2%대 시절 가산금리를 감안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가산금리 3~4%대… "내릴 땐 찔끔 올릴 땐 껑충"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공시한 6월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 평균은 2.77%, 5대 은행이 신용대출에 붙인 가산금리는 평균 3.56%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에 따라 5대 은행이 6월 취급한 주담대에 붙인 최대 가산금리는 3.94%, 신용대출 최대 가산금리는 14.55%로 집계됐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로 산출한다. 은행들이 대출을 실행할 때 적용하는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업무 원가, 연체 위험률, 목표 이익 등을 감안해 매겨지는데, 사실상 은행의 '마진'이다.
BNK경남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이 같은 달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에 붙은 가산금리는 평균 3.25%, 신용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4.49%였다.
가산금리가 치솟았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가산금리는 내렸다는 게 은행업계 얘기다. 하지만 지난 3월과 비교하면 5대 은행의 신용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는 0.4%포인트(p) 가량 더 올랐다. 주담대에 붙은 가산금리는 0.11%p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5대 은행이 취급한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는 평균 3.11%였고, 같은 달 주담대 가산금리는 평균 2.88%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가산금리를 올릴 때는 큰 폭으로 서둘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소폭 내린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2013년과 같은데 가산금리는 3배 수준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현재 은행들의 '가산금리'가 적정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달 2.25%로 인상돼, 2013년~2014년과 같은 수준까지 올랐다. 이달 한국은행이 0.25%p 더 올릴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75~3%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5%였던 2013년 7월 당시 5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3.53%~4.14%였다. 당시 각 은행이 주담대에 적용한 기본금리는 2.73%~3.35%였고, 가산금리는 0.66%~1.04%였다. 신용대출 가산금리는 최저 1.49%였고, 평균 2.544%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인데, 가산금리는 3~4배 불어난 격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같은 수준이더라도 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가산금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과 대손충당금 적립, 인건비 등 비용 상승, 신용점수별 연체위험률 등 여러 기준에 의해 가산금리가 매겨진다"면서 "오히려 최근에는 한은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우대금리를 확대 적용하면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덜 오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주장에도 금리 인상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은행의 수익은 늘고 있어, 은행의 '가산금리'를 향한 압박 수위도 커질 전망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1~6월) 거둔 순이익은 총 8조966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8조910억원)과 비교해 약 10.8%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과거 기준금리가 내려서 조달비용이 줄어든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여러 명분을 앞세워 가산금리를 올렸다"면서 "인력과 영업지점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불어난 은행 이자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니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은행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대한 연 0.2%p의 가산금리를 1년간 은행이 부담하기로 했고,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1년 동안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2%p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