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카드사와 빅테크의 후불결제의 규율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카드로 물건을 결제하는 모습./연합뉴스

현금 없이도 물건을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선구매 후결제(BNPL)’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에 대해 신용카드사와 규율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와 금융당국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후불결제에 대해 전자금융업법(전금법)을 통한 규제 대신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체계에 ‘스몰 라이센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스몰 라이센스는 금융업 인허가 단위를 모듈처럼 나눠서 필요로 하는 업무의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일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후불결제업을 영위하는 빅테크에 대해 여전법 체계에서 규율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동일한 규율을 적용받되, ‘소액후불결제업’ 도입 등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다른 부분에 대한 규율은 완화하는 방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진입 규제와 관련해 여전법 내 소액후불신용결제업 같은 스몰 라이센스 형태로 도입해 최소 자본금 및 소액후불한도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며 “대신 후불신용결제나 소액인 점을 고려해 영업・운용 행위규제와 건전성 규제는 일부 완화해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하는 국정감사 이슈 분석은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는 정책 이슈를 엄선하는 만큼 올해 BNPL 규율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등 빅테크를 시범 업체로 지정해 후불 결제업을 허가했다. 이와 관련해 금액한도, 연체율, 할부 등을 관리하고 있으나, 법제를 통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후불결제는 간편결제 활성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시범사업 형태로 인정하고 있으나, 향후 성장이 가속화돼 시장에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경우 이들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가 문제될 수 있다”며 “불법적인 방법(페이깡)으로의 이용도 우려되는바 제도권 내에서의 적절한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금법을 통한 규율 체계 구축에 대해 시장의 성장을 고려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후불결제가 신용공여 성격이 있음에도 현재 소액이라는 이유로 독립된 금융업이 아닌 전금법상 겸영업무로 규율체계를 성급하게 확정하게 되면, 빅테크 사업의 특성에 따른 독과점 등 시장실패 발생 시 이를 바로잡을 수단이 부재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BNPL의 월 한도는 최대 30만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금법을 통한 빅테크 규제는 신용카드사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BNPL과 같이 동일한 후불신용결제 기능을 가진 신용카드사는 여전법을 적용받아 설립 허가제, 카드수수료규제, 강력한 건전성 및 영업행위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전금법을 적용받는 전자금융업자는 카드사가 적용받는 수수료 규제 및 건전성・영업행위 규제를 모두 회피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동일한 후불신용결제 기능이라는 영업행위에 대해 전금법과 여전법으로 이원적인 규제체계를 둘 경우, 규제 차익(규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동일 행위 동일 규제 원칙에 부합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사처는 “향후 후불결제의 발전・확대 가능성 및 경제주체 등의 실생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규율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카드사는 하루빨리 BNPL에 대한 규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 계속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동일 행위에 대해 동일 규제를 통해 빅테크와 카드사가 같은 기능에 대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금법이든, 여전법이든 카드사가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은 없다”며 “여전법을 통해 유사한 수준으로 후불 결제 서비스 규율을 똑같이 받게 되면 카드업계는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 되고, 전금법을 통한다면 카드업계 여전법 규정도 같은 환경으로 조성해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