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부부 합산 연소득이 1억4000만원인 30대 김 모씨는 KB국민은행 시세 기준 7억원짜리 경기도 소재 아파트를 이르면 내달 중 매수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규제가 완화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활용해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것이다. 김 씨는 “약 3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필요 자금은 4억원가량인데 대출 한도가 풀린 만큼 최대로 받아두는 게 나을지, 고정금리로 할지, 변동금리로 가져가는 게 맞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례 2. 서울 강남구 소재 다세대주택을 사들인 A씨는 보험사 대출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대출 규제 때문에 은행에서는 한도가 안 나온다”면서 이달 2금융권에서 잔금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 잔금 대출이라 감정가와 세입자에 대한 최우선변제금액 적용(방공제) 여부 등에 따라 대출 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따져야 할 게 더 많다는 게 그의 얘기다.
‘7월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와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확대’ 등. 새롭게 바뀐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시행되자, 수요자는 물론 금융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8~9월 수요 변화가 은행들의 주요 먹거리인 가계 대출 실적과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1일(오늘)부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경우 LTV 규제가 완화돼 소득, 지역, 집값과 무관하게 최대 80%까지 대출할 수 있다. 대출 한도도 최대 4억원에서 최대 6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달까지는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LTV 50∼60%, 조정대상지역 8억원 이하 주택은 LTV 60∼70%가 적용됐다.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LTV 규제 완화에도 대다수 수요자가 체감하는 은행 대출 벽은 여전히 높다. 그 이유는 한층 강력해진 DSR 규제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금리 부담 탓이다. 지난달 시행된 ‘3단계 DSR’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연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지 못한다. 연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연간 갚는 원금과 이자가 2000만원을 넘으면, 은행에서 더는 돈을 빌리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DSR 규제 탓에 주택 매수에 나서는 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주택 매수자들이 은행보다 보험·캐피탈 등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소득이 늘지 않으면 대출을 넉넉히 받기 어려운 데다, 1금융권에 적용되는 DSR은 40%까지, 2금융권은 DSR 50%로, 제한선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거듭 오르면서 은행권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무주택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이날 게재한 주담대 상품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는 최저 3.99%, 최고 6.46%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은행권의 주담대 상단이 7%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담대 수요가 위축되면서 시중 은행의 가계 대출 감소세는 올해 들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달 LTV 완화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다시 살아날 지가 관건”이라면서 “8~9월 대출 수요가 은행들의 실적 성장성과 국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과 주택 거래 감소 등으로 시장의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 반등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