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크게 치솟았던 기름값이 최근 빠르게 내려가면서 손해보험사의 하반기 수익이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 안정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여름 휴가철까지 시작되면서 자동차 통행량 증가로 사고 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897.3원, 경유는 1982.6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유류세 추가 인하가 시행되기 전인 6월 30일에 비해 휘발유는 247.6원, 경유는 185.1원 내린 가격이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도 약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상반기에 계속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6월 8일 배럴당 122.11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이 늘면서 약세로 전환, 지난달 하순 이후 배럴당 9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손보사의 실적은 유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유가가 크게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진 운전자들이 자동차 사용을 줄이게 되고, 이는 자동차 사고 감소로 이어져 손보사들이 지급할 보험금 액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일한 보험료를 거두고 지급할 보험금이 줄어드니, 손보사 입장에선 그만큼 수익으로 남는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엔 반대로 자동차 운행량 증가와 비례해 사고도 늘어 손보사 입장에선 손해다.
실제로 유가가 크게 올랐던 올 상반기에 국내 손보업계는 대부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를 포함한 국내 11개 손보사의 상반기 평균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80.7%로 지난해 82.7%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손해율은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 가운데 사고 등으로 인해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손해율이 내려갈수록 보험사들의 수익은 증가한다.
지난달부터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손보사들이 상반기와 같은 ‘잭팟’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5달러선까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의 첫 번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점도 손보사들의 실적에 변수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여전히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7%, 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대해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증가한 2분기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입국 시 PCR 검사 의무화 등으로 인해 아직 해외여행 수요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만큼 올 휴가철에는 국내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달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까지 자동차 통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