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 대책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청년층을 위한 지원대책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며, 원금을 탕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금융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표된 취약계층 지원 대책 관련해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채무조정은 ‘빚투’, ‘영끌’ 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식 실패, 사업 실패 등 이유가 어떻든 간에 원래대로의 채무를 가지고 이행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마련한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에는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신용회복위원회에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하고 1년간 한시적으로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90일 이상 연체 차주(소상공인)에 대해 최대 90%의 원금감면, 연체 전이거나 연체 90일 미만 차주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이자감면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민생대책이 발표되자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은 기존에도 이뤄졌던 것으로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기존 금융회사의 자기 고객 대상 채무조정,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금융권 공동의 채무조정, 법원의 회생절차 등을 통해 어려운 분들의 재기를 지원 중”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카드대란 등으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급증을 방지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설립하고 저신용자를 위한 채무조정을 지원해 왔으며,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6400여 개에 달하는 금융회사 간의 자율협약인 ‘신용회복지원협약’에 따라, 금융권 스스로 채무를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층에 대한 채무조정이 특별하게 이뤄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지원대상 및 지원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청년 신속채무조정은 카드발급, 신규대출 등 금융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신용점수 하위 20% 자만을 지원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으며,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며 “별도 지원없이는 원금상환이 어려운 차주에 대해 천천히 낮은 금리로 원금을 전액 성실상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산 가격 손실, 금리 상승 과정에서 국민을 모두 아우르는 제도에 청년들도 포함됐지만, 굉장히 일부”라면서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상시적 채무조정 제도와 동일선상에서 채무조정의 일반원칙에 따라 채무조정을 지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층의 채무상환 어려움을 방치해 금융 채무불이행자가 확대될 경우, 금융거래뿐 아니라 취업 제약 등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탈락하는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번 채무조정 제도가 성실하게 빚을 상환한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서는 “대출을 성실히 상환해 정상금융거래 중인 청년 등을 포함한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하는 ‘안심전환대출’과 주거비용 절감을 위한 전세대출 보증한도 확대, 저신용·저소득 근로자 등을 위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채무조정 지원 재원과 관련해서도 “지원 규모인 125조원이 모두 (정부) 예산이 아니다”라면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부분도 있고, 예산 지원 없이 대환으로 지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