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브리핑을 열고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9월 종료를 공식화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출에 대해 임시로 덮어놓았던 뚜껑을 열고 해당 대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에 따른 연착륙 과정에서 금융사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부채 문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빌린 사람 간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차주별 상황을 파악해 코로나19 대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전에는 상환유예라든가 만기 연장처럼 일단 시간을 벌어두는 쪽으로 했으나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만기연장 조치를 4차례나 연장했는데 또 연장하게 되면 더 큰 문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구호 금융 체계를 종료하고, 상환 부담 경감 중심의 근본적인 재무구조개선 지원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우선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에 따라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해 연착륙에 나설 계획이다.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차주별 부실 위험을 파악한 뒤 90~95%를 만기연장‧상환유예 해주는 것이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책./금융위원회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이 발표된 뒤 당국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종료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민간 금융사 중심으로 해당 조치가 연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원래도 은행이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90~95%는 만기연장을 한다”며 “금융사가 도와줄 건 도와주고, 안 되면 (새출발)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로 넘기든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차주별로 (대출 상황을) 보다 보면,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이는 금융회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고객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금융사에서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는 ‘새출발 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할 예정이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로 조성돼 부실(우려)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한다. 최대 1~3년의 거치기간을 두고, 최대 20년까지 장기·분할 상환을 지원한다. 대출금리도 인하해준다.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60~90%의 과감한 원금 감면도 해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대출도 8조7000억원 규모로 실시한다. 또한, 리모델링, 사업내실화 등에 필요한 사업자금도 지원할 예정이다. 규모는 42조2000억원이다.

◇ 주거 안정 지원… 안심전환대출 5조원 확대 지원

금융위는 주거 관련 금융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을 45조원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과 내년 본예산을 통해 20조원을 확보한다. 또, 예산 투입 없이 주택금융공사 자금을 통해 5조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안심전환대출은 보금자리론 금리를 기준으로 형성돼 4%대 초반의 금리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우대제도를 통해 30bp(1bp=0.01%포인트) 차감하고, 저소득 청년은 10bp를 추가로 차감하면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4%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도가 적용되는 9월은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시중은행의 금리 수준을 생각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대출 최장만기를 확대해 대출상환 부담도 경감할 방침이다. 민간 금융회사는 최장만기가 30년에서 40년으로, 정책금융기관(주택금융공사)은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된다.

임차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 시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저리 전세대출 보증한도도 확대한다. 주금공의 전세대출보증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4억원으로 늘어난다. 보증비율은 90~100%이다.

청년 대상 정책 전세대출 대상‧한도 역시 확대한다. 버팀목 전세대출한도는 수도권 기준 기존 1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늘어나고, 대상 전세금 상한도 기존 3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기 시장경쟁을 통해 금융회사의 과도한 금리전가를 방지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예대금리차를 확인‧비교할 수 있도록 월별 비교공시 도입하고, 대출 가산금리 산정체계 정비 등을 통해 금리산정의 합리성‧투명성 제고할 계획이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 개요./금융위원회

◇ ‘빚투’ 청년층 채무조정 강화… 최대 이자 50% 감면

금융위는 청년 등의 재기 지원을 위한 채무조정도 강화할 방침이다. 자산가격 조정에 따라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 등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자 이를 돕겠다는 것이다.

주요 10개 증권사의 청년층 신용융자 잔액은 2020년 6월 말 1조9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는 3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가상자산 투자 연령별 비중을 보면 2030세대가 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위는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한다. 기존에 신청 자격이 미달하는 청년이라도 1년간 한시적으로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한다.

대상으로 선정되면 소득, 재산을 고려한 채무 과중 정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받을 수 있다. 연 10% 수준의 금리는 5∼7%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또,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유예를 해주며 이 기간 연 3.25%의 낮은 이자율을 부과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도덕적 해이 문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문제로, 신청 과정에서 심사를 통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가능한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아울러 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캠코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 신청기한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필요 시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을 10조원으로 확대 공급해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법 개정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올해 3분기에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의 고통에 비해 이번 조치의 규모나 대상이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