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6·21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후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대출자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14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존 주택 처분기한 연장 조치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해당 조치는) 규정 시행일 이후 주담대 실행 건부터 적용되는 게 기본"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은행업감독규정 등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올해 3분기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해당 규정이 개정된 후 주담대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제1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기존에 도입한 과도한 대출규제를 정상화하겠다"며 "주담대 취급 시 6개월 내 처분·전입요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규제지역 내에 주택구입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하고 신규주택에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기존주택 처분 의무를 2년으로 완화하고, 신규주택 전입의무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은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전환해 주택 매매가 크게 줄어든 탓에 6개월 안에 집을 팔지 못하거나, 헐값에 처분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기간 안에 집을 팔지 못할 경우 이들은 주담대로 구매한 새 집을 은행에 압류당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 때문에 주담대를 받고 신규 주택을 매입했던 사람들은 정부의 소급 적용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려왔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대다수는 인천 검단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 규제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청약을 받은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급 적용에서 제외된 기존 대출자들은 주담대를 받은 날짜로부터 무조건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은행의 담보권 실행을 통해 청약받은 집이 압류당하고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은 41만41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25만5343건) 대비 62.1%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집이 팔지 못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대출자는 "기존 주택 처분 약정을 하고 잔금 대출을 받았는데 매도가 안 된다"면서 "8월 초까지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해 급매로 내놨는데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대출자도 "은행은 6개월 내 처분을 이행하라는 문자와 통지문을 보내는데 집은 팔리지도 않아서 소급 적용 발표만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의 방침에 우려를 보였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애초에 처분조건 주담대를 도입한 취지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이었다"면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도 변한 상황에서 신규 대출자는 풀어주면서 기존 대출자들은 규제에 계속 묶어둬 어려운 처지로 몰아가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주담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손해를 입지 않고 원활하게 주택 매매가 일어나게 해줘야 한다"며 "기존 대출자에게도 해당 규정을 적용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