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국내 시중은행 금리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가 조만간 다시 7% 선을 뚫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4대 은행은 당국의 '이자 장사' 경고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 예고 등으로 인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12일) 기준 연 3.700~6.096%로, 지난해 말(연 3.71~5.21%) 대비 최고 금리가 0.886%포인트(P) 상승했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88~5.63%에서 4.26~6.10%로 최고 금리가 0.47%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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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들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7%를 넘어섰다. 그러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연이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잇달아 낮췄다. 신한은행이 먼저 올해 6월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 중인 취약 차주의 금리를 이달 4일부터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했다. KB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역시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은행권에선 이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주담대 최고금리가 곧 7%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4대 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전날 기준 4.186~5.47%에 그치지만, 신한은행의 '쏠 편한 직장인 대출 S' 최고 금리가 연 7.34%에 달하는 등 이미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어선 상품도 있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나서,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주담대의 경우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혼합형은 은행채 5년물(AAA)을, 변동형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날 3.76%로 한 달 전 3.60%보다 0.16%포인트 증가했다. 코픽스 역시 신규 취급액 기준 같은 기간 1.84%에서 1.98%로 0.14%포인트 늘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상 당시 시중은행이 모두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까지는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은행들이 시차를 두고 금리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계속해서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시행되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금리 인상 관련 뉴스를 보며 업무하고 있다. /뉴스1

이미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8일 예·적금 25종의 기본금리를 최고 0.7%포인트 미리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이미 기준금리에 선행해 움직이고 있어 금리 충격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달금리 상승이 불가피해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이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영끌족'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올해 남은 금통위는 세 차례(8·10·11월)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은이 남은 세 번의 금통위가 열릴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에 금리를 연 3%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연 금리 상단이 올해 안에 8%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