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 전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중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조 모씨(42)는 은행이 최근 보낸 7월 적용 금리 안내 문자를 받고 크게 놀랐다. 2020년 1월 만해도 연 3.1%(기준금리 1.5%+가산금리 1.6%) 수준이던 금리가 이달 4.97%(기준금리 2.74%+가산금리 2.23%)로 뛰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중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되는데, 기준금리와 가산금리가 모두 오른 것이다.
#2. 2000만원짜리 은행 마이너스통장을 보유 중인 30대 직장인 강 모씨(신용점수 910점대)도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보고 놀랐긴 마찬가지다. 지난달까지 4.76%던 금리가 이달 5.97%로 올랐다. 가산금리는 3.18%로 전월과 같았지만, 금융채 6개월물 기준금리가 1.58%에서 2.79%까지 뛰면서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끌어올렸다.
#3. 신용점수가 900점 후반대이고 지난해 연간 실수령액이 9000만원대인 직장인 김 모 씨는 “은행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증액하고 갱신하자 연 4%였던 금리가 6.35%까지 뛰었다”면서 “대출 연장 이후 이자 부담이 확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갱신·연장한 이후 이자 부담을 느끼는 고(高)신용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인 조 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당장 쓸 데가 없어도 일단 뚫어두는 게 좋다며 직장 동료가 다 같이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마이너스통장 원금부터 갚아나가는 게 답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고금리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 7%를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대표적인 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S’의 이날 기준 최고 금리는 7.29%(금융채 1년물 기준금리 3.59%+가산금리 3.7%)다. 이 상품은 금융채 6개월 또는 금융채 1년물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데, 우대금리 0.9%를 적용받아 고객이 최저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이날 기준으로 4.79%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프리미엄 직장인론’ 신용대출 기본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는 5.78%(시장금리 3개월)~7.267%(시장금리 1년)다. 의사, 한의사를 대상으로 3억원(마이너스통장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닥터클럽대출-골드’도 5.78%~7.267%로 고시됐다. 시중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시중은행 신용대출 상품 금리 상단이 대부분 연 6%대에 진입할 것으로 봤다. KB국민은행의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경우 이날 기준으로 가장 낮게 받을 수 있는 금리가 3.76%(CD91일물)이고, 최고 금리는 6.18%(금융채 12개월 기준)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은 이날 신용등급인 1등급인 직장인이 1억원을 빌릴 경우 기본금리는 4.69%(KORIBOR 3개월), 5.95%(고정금리 12개월)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전문직 전용 신용대출 상품인 ‘슈퍼프로론(Super Pro Loan)’의 대출금리(금융채 1년 고정)는 5.54%~5.94%이고, 금융채 6개월 기준 변동 대출 금리는 4.78~5.18%다. NH농협은행의 직장인 대상 ‘샐러리맨우대대출’ 금리(금융채 1년 고정)는 5.34%~5.94%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 상품의 금리도 따라 오른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은행채 금리 등 장단기 지표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도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준 ▲금융채 6개월 금리(3영업일간 유통수익률 평균)는 2.787%, ▲금융채 1년 금리는 3.5873%, ▲금융채 3년은 3.7452%인데,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앞자리가 바뀌었다. 지난 1월 6일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1.585%, ▲금융채 1년 금리는 1.7113%, ▲금융채 3년 금리는 2.1392%이었다.
한국은행이 매달 말 발표하는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로 나타났다. ‘5월 중 금융기관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16%p 오른 연 5.78%로, 2014년 1월(연 5.85%)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하면,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연내 7%대를 넘어 8%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다.
시장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 금통위가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지난 6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 6.8%를 기록한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었다. 물론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조절해 0.25%p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속 저금리 기조에서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이른바 ‘영끌족’과 저소득, 저신용자의 대출 부실화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늘면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 은행 건전성에도 직격탄이 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상품 금리 상단은 7%를 돌파했다. 불과 1년 새 2.1%p 상승한 것으로,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대출 금액이 1억 6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197만원 더 늘어난 격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면 대출 수요 위축으로 인해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면서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신규 대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대출 상환 압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 증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 조정이 맞물릴 경우 내수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건설, 음식, 유통, 숙박업 등 내수 민감 업종의 연체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상황’ 설명회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긴 어렵고 경제 상황과 환율, 가계 이자 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