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연동 작업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다. 카카오뱅크가 실명계좌를 연동하게 되면 인터넷 은행으로선 케이뱅크에 이어 두 번째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까지 실명계좌 사업에 뛰어들면서 다른 은행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뉴스1

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원과 카카오뱅크는 집금계좌(가상자산 거래시 돈이 오가는 법인명의 계좌, 흔히 실명계좌로 불림)를 발급해주고 돈 관리를 해주는 방안을 협의해왔는데, 최근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어왔지만, 이번 협약이 마무리 짓게 되면 카카오뱅크로 옮기게 된다.

인터넷 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실명계좌 사업에 뛰어든 곳은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협약을 맺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협업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업비트의 사례를 볼 때, 코인원과의 협업은 손쉽게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에 매력적이다. 마찬가지로 코인원에게도 카카오뱅크는 구미가 당기는 협업 상대이다. 인터넷 은행이 가진 편의성, 접근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MZ(1980년대~2000년대생) 세대의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추후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과 카카오뱅크의 협업은 두 기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코인원의 경우 카카오뱅크 인지도를 이용할 수 있고, 반대로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업계 진출에 포석을 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추진한 이유로는 편의성도 한몫했다. NH농협은행도 비대면 계좌 설립이 가능하나,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 시작한 만큼 편의성이 더욱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인원과의 제휴를 통해 카카오가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카카오는 지분 참여, 자회사의 사업 진출 등을 통해 가상자산 업계에 진출한 상태다. 카카오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주주다. 다른 거래소인 빗썸을 통해서는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가상화폐 클레이(KLAY)를 상장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거래소를 운영하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실명계좌 사업을 따내게 되면 업계 내에 어느 정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규모의 회사가 움직이면 기존 전통 금융사들 역시 이를 주의 깊게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협업 가능성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확히 확정된 바는 없다”며 “실명계좌 사업 관련해서도 지금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코인원 관계자 역시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관련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