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서울 소재 한 영업지점에서 비정상적인 규모의 외환 거래가 상당 기간 이뤄진 점을 파악하고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외환감독국은 지난 23일부터 우리은행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 점검 과정에서 서울의 한 지점에서 최근 1년 동안 8000억원 규모의 외환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을 포착하고 지난 주 금감원에 보고했다. 수입대금 결제 명목으로 복수의 법인에서 여러 법인으로 자금이 송금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측에서 내부 점검 과정에서 ‘이상 거래’ 보고를 했고, 현장 검사 필요성이 있어 보여 바로 검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시 검사는 금감원의 우리은행 횡령 관련 수시 검사와는 별개로 진행된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문제가 된 이번 송금이 해당 지점의 통상적인 외환 거래 규모보다 크고, 거래 법인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의심 거래’로 판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수입증빙서류에 근거해 송금 업무를 처리했다”며 “업무 과정에서 고액 현금 거래나 의심스럽다고 판단된 거래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이상 거래를 보고,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수시검사에서 우리은행의 외국환거래법·자금세탁방지 업무규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거래대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외환 거래 자금 중 일부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자금세탁 창구로 악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까지 직원 등이 불법 행위에 관여한 정황은 없다”면서 “감독원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향후 밝혀지는 사실 관계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