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카드 분실·도난 시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한다./조선DB

신용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도난을 당한 뒤, 무단 사용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를 받기 쉬워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카드 분실·도난사고 보상에 관한 모범규준을 개정을 추진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바뀐 금융환경에서 너무 뒤쳐진 부분을 찾아 모범규준을 개정하려는 것"이라며 "소비자보호를 위해 자율규제 사항을 정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드 분실‧도난사고 보상에 관한 모범규준에는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업자는 관련 법규나 약관, 소비자‧가맹점과의 계약에서 명시되지 아니한 회원 및 가맹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사유로 책임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신설된다.

이는 카드 회원이 카드를 도난 또는 분실했을 경우 명확한 책임 소재가 있지 않을 경우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 부담을 사실상 없애주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규준 개정 과정에서 보상 비율 기준을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게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카드 회원은 신용·체크카드 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실·도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부정사용 금액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분실한 카드를 누군가가 부정사용 했을 때 카드 사용 시점부터 15일이 넘어 분실신고를 하면 책임 비율이 30%에서 20%로 낮아진다.

그동안 카드사와 가맹점, 이용자간 도난·분실에 따른 카드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 분담과 관련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부정사용 금액을 서로 부담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용카드 도난·분실에 따른 부정사용은 총 9만4208건이다. 전체 신용카드 부정사용(11만2474건) 중 도난·분실에 따른 부정사용이 83.8%을 차지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책임감이 높아져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 목적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최근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부담이 천정부지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 관련 범죄들이 카드를 기반으로 많이 이뤄지다보니 카드사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카드 부정 사용이 많다"며 "고의성과 무관하게 고객의 책임이 사라지면 카드사 입장에서 난감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27일까지 모범규준 개정에 관한 카드사의 의견을 접수한다. 이후 규제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방안을 마련한 뒤 신용카드 대표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뒤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